봄날의 한산사

봄날의 고소성에는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는 사람들과 함께 한산사로 들어갔다. 푸른 돌길 양옆의 녹나무에는 새싹이 돋아나고 있었고, 공기 중에는 은은한 차 향기가 감돌았다. 절문 앞의 그림자 벽은 고풍스럽고 두꺼웠고, 벽에 새겨진 "한산사" 세 글자는 빗속에서 푸른빛을 발하고 있었다. 산문을 지나자 대웅보전이 눈에 들어왔다. 전각 안의 석가모니불상은 금빛으로 빛나고 있었고, 양옆의 십팔나한상은 천진난만하거나 엄숙한 모습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전각 뒤편으로 돌아가니 한산과 습득의 석상이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전설에 따르면 그들은 "화합의 두 성인"으로, 정병과 연꽃가지를 들고 마치 속삭이는 듯했다. 종루에는 108톤 무게의 고종이 들보 아래에 매달려 있었고, 종 표면에는 경전이 가득 새겨져 있었다. 나는 나무 망치로 종을 가볍게 치자 웅장한 종소리가 절 안에 울려 퍼지며, 놀란 몇 마리의 비둘기가 처마 위로 날아올랐다. 비석 회랑에는 역대 서예가들이 쓴 "풍교야박" 시비가 줄지어 늘어서 있었고, 먹 향기와 빗방울이 어우러져 장계의 시구 "한밤중 종소리가 나그네 배에 이르렀네"를 떠올리게 했다. 절을 나설 때 벚꽃과 라크스퍼가 만발해 있었다. 분홍빛과 흰색의 꽃잎이 푸른 돌길 위에 떨어져, 멀리 운하 위의 화물선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냈다. 한산사는 크지 않지만 천 년의 선의가 담겨 있었고, 봄바람이 불어오자 종소리마저 부드러워지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