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쑤저우를 찾아 강남의 우아한 꿈과 마주하다

추위가 매서워질 무렵, 나는 쑤저우에 발을 들였습니다. 겨울 강남과의 로맨틱한 약속을 위해서였죠. 이 도시는 마치 천천히 펼쳐지는 수묵화 같아서, 차가운 날씨 속에서도 독특한 온화함과 시적인 분위기를 풍깁니다. 졸정원에서는 차가운 수면 위에 남은 연꽃이 독특한 선을 그리며, 고풍스러운 정자와 누각과 어우러져 여름의 절경을 떠올리게 하고 시간의 흐름을 실감하게 합니다. 멀리 붉은 단풍이 아직 완전히 지지 않아 겨울에 짙은 색채를 더합니다. 그 사이를 거닐다 보면 마치 역사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핑장로의 돌길은 겨울비에 씻겨 깨끗합니다. 거리의 상점에서 풍기는 차향과 음식 냄새가 뒤섞여 행인들을 따뜻하게 감싸줍니다. 운하를 따라 산책하다 보면 가끔 노를 젓는 배가 지나가고, 노가 수면을 가르며 일으키는 잔물결이 겨울의 고요를 깨뜨립니다. 밤이 되자 산탕제에 불빛이 하나둘 켜지고, 강물에 비친 불빛이 꿈결 같습니다. 이때 찻집을 찾아 비로춘 한 잔을 주문하고, 우농루어로 부르는 평탄을 들으며 부드러운 선율 속에서 쑤저우의 온화하고 아름다운 매력을 느껴봅니다. 겨울의 쑤저우는 봄날의 화려한 꽃들은 없지만, 이 소박함 속에서 강남의 우아한 운치를 한껏 드러내어 사람들을 매료시키고 떠나기 아쉽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