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빛이 번지는 곳, 창사는 맑고 청명하다

멀리서 찾을 필요 없다, 가을의 묘미는 바로 이 도시 안에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오랜 세월이 쌓인 곳을 거닐어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천심각. 맑고 온화한 오후를 골라 천천히 걸어 올라가 보자. 그 고성벽의 벽돌과 돌은 가을 햇볕에 따뜻하게 데워져 손을 대면 단단하고 묵직한 온기가 전해진다. 치첩에 기대어 밖을 바라보면, 눈앞에 빽빽한, 짙은 청색 기와가 마치 굳어진 파도처럼 펼쳐진다. 가끔 키 큰 오동나무 한두 그루가 몸을 내밀고, 잎은 반쯤 노랗고 반쯤 초록이며 바람에 살랑살랑 소리를 내어 마치 혼잣말을 하는 듯하다. 이 계절에 높은 곳에 오르는 것은 장대한 경치를 보기 위함이 아니라, 한가롭고 고요한 기분을 얻기 위함이다. 해 그림자가 서쪽으로 기울어 각루의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고, 그늘이 분주한 거리 위에 느릿느릿 덮이니 마음속에 이 도시의 번화함과 평온함이 이렇게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음을 느낀다. 만약 도심의 가을 정취가 아직 부족하다면, 반드시 도시를 벗어나 악록산에 올라야 한다. 산기슭의 악록서원은 반드시 먼저 찾아가야 할 곳이다. 그 문을 넘으면 소란스러움이 보이지 않는 벽으로 가려진 듯하다. 안뜰의 단계는 한창 만개해 있는데, 그 향기는 코를 찌르지 않고 은은하게 퍼져 공기 속에 스며들어 숨 쉴 때마다 달콤함이 배어난다. ‘오직 초나라에 인재가 많고, 이곳이 으뜸이다’라는 현판 아래 서서 햇빛이 고목 가지 사이로 비쳐 청석판에 얼룩진 그림자를 드리우는 것을 보면, 이곳 가을은 문학의 맑은 향기를 품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서원 뒤쪽에서 작은 길을 따라 산을 오르면 또 다른 가을의 경지에 들어선다. 이곳의 단풍과 노란 나무들은 강렬하고 진솔하며, 붉음은 숨김없고 노랑은 절정에 이르렀다. 애완정은 산중턱에 조용히 서 있고, 처마는 새의 날개처럼 높고 푸른 하늘을 가볍게 받치고 있다. 굳이 정자 안에 빽빽이 앉을 필요 없이 깨끗한 바위 하나를 골라 앉아 바람 소리, 새 소리, 낙엽 소리가 어우러져 천상의 음악을 이루는 것을 들으면 된다. 내려올 때는 옷자락마다 산속 풀과 나무의 맑은 기운이 배어드는 듯하다. 밤이 되면 가을의 서늘함이 물처럼 차가워 따뜻하고 부드러운 음식을 찾기 좋다. 화려한 큰 가게에 갈 필요 없이 백사로 옆 오래된 골목으로 들어가 오래된 간판이 빛나는 쌀국수 집을 찾아보자. 두꺼운 바람막이 커튼을 젖히고 들어서면 진한 뼈국물과 매운 고추 향이 섞인 따뜻한 기운이 코끝을 감싼다. 정통 쌀국수 한 그릇을 시켜 하얀 면발이 진한 국물 속에 잠겨 있고, 고명과 파가 뿌려져 빨강, 하양, 초록이 어우러진 뜨거운 국수를 먹으면 그 따뜻함이 목구멍에서부터 위장까지, 그리고 온몸 구석구석으로 퍼져 나간다. 이것이 바로 창사 가을에서 가장 든든하고 마음을 위로하는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