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바닥에 잠긴 고향

이창의 강가에 서서 장강의 수증기가 얼굴을 스친다 이 박물관에는 금과 철마의 울림은 없지만 전쟁보다 더 비장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삼협 이민" 네 글자는 천근만근의 무게다 낡은 나무문을 밀고 들어서면 철거 구역의 벽돌담이 눈앞에 다가온다. 벽돌마다 흰색 페인트로 문패 번호가 적혀 있다. 문득 《강성》에서 허웨이가 쓴 "장강가의 주민들은 평생 작별을 배우고 있다."는 문장이 떠오른다. "장강 물은 가져갈 수 없으니, 한 줌의 흙이라도 가져가자." 당시 135만 이민자들이 고향을 떠날 때, 이것이 가장 무거운 짐이었다. 위추위가 《향관하처》에서 쓴 글귀가 생각난다. "소위 고향이란 조상들이 떠돌다 마지막으로 머문 곳일 뿐이다." 그런데 삼협 사람들은 이 마지막 머무름조차 강바닥에 잠겼다. 몰입관의 홀로그램은 침수 전 고성을 재현했다. 청석판 길 위에 아이들이 뛰놀고, 다리집에서는 훈제 고기 냄새가 풍기며, 찻집에서는 평서 소리가 배꾼의 노래와 섞여 들린다... 배경음은 현지 방언으로 녹음한 시장의 외침이다. 박물관을 나서니 석양이 강물을 금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깊은 향수는 결코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장강 전체의 용기를 안고 낯선 땅에서 다시 뿌리를 내리는 것이다. 이 순간 갑자기 귀에 울리는 그 문장 "어떤 소멸은 잊기 위함이 아니라 강과 강물이 우리를 대신 기억하게 하기 위함이다." 후베이 삼협 이민 박물관 9:00-17:00(월요일 휴관) 무료, 예약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