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고풍·천천히 운성을 거닐다.

깊은 가을, 운성에 들어서면 도시 전체가 가을의 색채와 고건축이 어우러져 시적인 그림을 그려낸다. 아침 햇살이 희미하게 비추는 가운데, 해주 관제묘에 들어서면 붉은 벽과 검은 기와 사이로 관제의 상이 위엄 있게 앉아 있고, 전당을 둘러싼 소나무와 잣나무가 엄숙하고 장중한 분위기를 더한다. 광인왕묘로 발걸음을 옮기면, 사찰은 산속에 조용히 서 있고, 황금빛 은행나무가 뜰을 가득 채우며 천년의 향불이 여전히 끊이지 않는다. 영락궁에 도착하면 벽화의 색채가 여전히 선명하고, 800년 동안 도교의 풍화가 이곳에서 흐르며, 전당 안의 도의 기운이 아득하여 사람을 머물게 한다. 비운루에 올라가면 가을바람이 불어오고, 멀리 바라보면 고성의 윤곽이 한눈에 들어온다. 관작루 위에서는 황하가 뱀처럼 구불구불 흐른다. 직왕묘에 이르면, 농경의 시조를 제사 지내는 이 고묘가 가을 햇살 아래 고요하고 장중하게 보이며, 역사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해질녘, 가을바람이 가볍게 불어오고, 운성의 고풍과 가을의 정취가 어우러져 사람의 마음에 경외심을 불러일으키고, 옛것을 생각하며 지금을 돌아보게 하여 잊을 수 없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