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보면 좋아할 수밖에 없는 곳

카잔치의 사통팔달한 길을 걷다 보면 "또각또각" 말발굽 소리가 들려온다. 화려한 직물로 덮인 마차가 곁을 지나가고, 모자를 쓴 마부는 늘 친절하게 행인에게 미소를 짓는다. 우즈베크 상단은 이곳에 사람들이 좋아하는 파란색 염료를 하역했는데, 지금은 그 파란색이 집집마다 문과 창틀에 스며들어 세월에 씻겨 다양한 색조를 띠고 있다. 위구르족의 문화적 이념에서 파란색은 바다와 푸른 하늘을 상징하며 평화와 부드러움을 나타낸다. 이 파란 미로에서 눈에 보이는 차가운 색조는 작열하는 태양의 압박감을 덜어준다. 아틀라스 실크 치마를 입은 소녀가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그녀의 바구니에는 수박이 들어 있고, 포도 덩굴에 널어놓은 주황색 프린트 천이 바람에 펄럭이며 아름다운 아몬드 무늬를 드러낸다. 옆집 화덕에서는 흰 연기가 피어오르고, 밀 향기에 커민과 병아리콩 향이 섞여 파란 벽을 타고 2층의 조각된 테라스로 올라간다. 저녁놀에 일렁이는 일리강의 물결이 금빛으로 빛날 때, 오래된 성벽의 다져진 흙에서는 역사의 냄새가 스며 나온다. 이것은 역사책에 나오는 깔끔한 먹 향이 아니라 소그드 상단의 낙타 방울 소리, 차가타이 한국의 화살촉에 묻은 녹슨 피, 시버족 궁수의 갑옷에 묻은 얼음과 눈이 뒤섞인 복잡한 냄새가 저녁 바람에 발효되어 변방의 숨겨진 역사가 되는 것이다. 역사를 되감아 보면 이 땅에서 벌어진 이야기들을 볼 수 있다. 우손족은 월지왕의 두개골에 은테를 두르고 마유주를 담는 그릇으로 만들었고, 당나라 군대가 둔전을 일구던 쟁기는 흑토를 갈아엎어 땅속에 묻힌 대완국의 은화를 파냈으며, 자사부의 문서와 불교 사찰의 범어 패엽경이 실크로드에서 번갈아 빛을 발하고, 바람이 닿지 않은 성벽의 덧문을 스칠 때마다 멀리 서역 주막에서 비파 소리가 들려오고, 칭기즈칸 군대의 철기가 일리강 계곡을 짓밟고, 기독교 교회의 십자가와 이슬람 사원의 초승달이 전쟁의 먼지 속에 공존한다. 구처기가 서쪽으로 이곳에 이르러 《장춘진인서유기》에 "아침에 일어나 보니 삼교의 의관이 각기 다르다"라는 기이한 광경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