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한 송이 사는 시간, 내 여름이 5°C 시원해졌다

한여름 거리는 마치 찜통 같고, 공기에는 나른한 더위가 떠다닌다. 땀에 젖은 등에 얇은 옷이 달라붙은 채, 나는 "꽃 한 송이" 꽃가게 문을 열었다. 시원한 공기가 신선한 식물 향기와 함께 밀려왔고, 마치 다른 세상에 발을 들여놓은 듯했다. 가게 안에는 화려한 꽃들이 가득해 눈이 부셨다. 점원 아가씨가 미소를 지으며 내게 다가와 요구 사항을 물었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 "여름에 가장 시원해 보이는 걸로 주세요"라고 대답했다. 그녀와 함께 꽃을 고르기 시작했다. 해바라기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둥근 황금빛 꽃심 주위로 단정하고 풍성한 꽃잎이 둘러싸여, 정신이 번쩍 들게 했다. 마치 태양의 따스함을 품은 듯, 혹은 계절 전체의 밝음을 가득 담은 듯 했다. 나는 두꺼운 꽃잎을 가볍게 어루만졌고, 손끝에는 햇살 같은 안정감이 전해졌다. 분홍 장미도 눈에 들어왔다. 꽃잎은 옥처럼 맑고 깨끗했으며, 가장자리는 살짝 펼쳐져 소녀의 첫사랑 같은 순수함을 풍겼다. 그 뒤로는 작은 데이지들이 보였다. 가느다란 줄기에 작은 꽃들이 피어나, 꽃잎이 정교하게 배열되어 있어 소박하지만 강인한 인상을 주었다. 마지막으로 작은 카네이션 한 다발을 골랐다. 작은 꽃들이 모여 있고, 꽃잎 가장자리가 살짝 톱니 모양으로 잘려 있어 누군가 정성스럽게 만든 레이스 같았다. 점원 아가씨는 내가 고른 꽃다발을 받아 작업대로 가서 정성껏 포장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손가락을 재빠르게 움직이며 먼저 넓은 녹색 잎을 배경으로 깔았다. 그리고 해바라기, 분홍 장미, 데이지, 카네이션을 자연스럽게 조화롭게 모았다. 마지막으로 소박한 분홍색 포장지로 감싸고, 리본으로 단정하게 묶었다. 돈을 내고 나는 이 꽃다발을 안고 다시 뜨거운 햇살 속으로 나섰다. 꽃다발은 팔에 가볍게 안겼지만, 이상하게 무게가 느껴졌다. 그것은 모아진 생명의 무게였다. 고개를 숙여 자세히 보니, 해바라기의 따스한 금색, 분홍 장미의 청순함, 데이지의 희끗한 흰색, 카네이션의 분홍빛이 서로 어우러져 마치 흐르는 여름 수채화 같았다. 나는 여러 꽃들이 섞인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향기를 맡았다. 그 향기는 강렬하지 않았지만, 각각이 조용히 피어나고 서로 어우러져 마음을 진정시키는 달콤함이 되었다. 시끄러운 거리를 걸으며도, 가슴에 안은 꽃다발은 나만의 시원한 공간이 되었다. 주변의 소음은 이 식물들에 의해 차단된 듯했고, 나는 마음속에 고요한 기쁨을 느꼈다. 꽃 디자이너가 불필요한 잎과 가지를 잘라낼 때, 그 잎과 가지는 생명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갑자기 분리되었다. 이 과정은 잔인해 보이지만, 전체의 가장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기 위한 것이었다. 이 꽃다발의 맑고 청량한 여름 풍경을 완성하기 위해선 이런 선택과 희생이 필요했던 것이다. 나는 꽃을 조심스럽게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다시 눈을 들자, 꽃다발과 창밖의 짙푸른 나무 그림자가 서로를 더욱 아름답게 했다. 꽃다발에서 시원한 기운이 피어오르는 듯했고, 주변 공기를 적시며 내 마음속까지 스며들었다. 아름다움은 눈을 즐겁게 할 뿐만 아니라, 마음의 평온으로도 가라앉을 수 있음을 깨달았다. 무더운 여름이 길지만, 이 꽃다발의 존재로 인해 나는 여름 전체의 시원함을 손안에 쥔 듯했다. 꽃은 말이 없지만, 그 자체로 뜨거운 마음을 진정시키는 힘이 있었다. 인생도 꽃과 같아서, 복잡하고 어수선할 때는 불필요한 가지를 잘라내고 가장 순수하고 맑은 몇 가지만 남기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것들은 조용히 서 있기만 해도, 우리가 무더위와 혼란에 맞설 수 있는 시원한 시가 된다. 한 송이 꽃의 지혜는 간결함 속에 생명의 가장 상쾌한 샘을 품고 있는 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