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진저 고촌 여행기

진저 고촌의 청석 포장도로를 거닐다 보면 마치 천년의 시간을 거슬러 온 듯합니다. 디엔산 호수 가에 위치한 이 "고대 다리 박물관"은 "42개의 무지개 다리"로 유명하며, 송, 원, 명, 청 네 왕조의 고대 다리들을 연결해 하나의 굳건한 수향 서사시를 만들어냅니다. 구불구불한 시허(市河)를 따라가다 보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은 자주빛을 띤 갈색의 단일 아치형 석교인 푸지 다리입니다. 남송 시엔춘 3년에 처음 지어진 이 "자색 돌다리"는 우강석으로 만들어졌으며, 다리 표면은 초승달 모양의 곡선을 그립니다. 다리 전문가 탕환청은 이를 "상하이 제일의 다리"라고 칭찬했습니다. 비가 갠 후에는 자색 돌이 영롱한 광채를 발하며, 푸른 물결에 비치는 모습이 더욱 고풍스러운 매력을 자아냅니다. 강 건너편에 있는 완안 다리 역시 송대의 유물로, 두 다리는 함께 "자매 다리"로 불립니다. 구름 무늬가 새겨진 난간과 낮은 석제 보호대는 송대 다리의 간결한 아름다움을 그려냅니다. 남쪽 시장에 이르면 원대의 잉샹 다리가 독특한 단순 보 구조로 강을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난간도 계단도 없는 청벽돌 다리 몸체는 원래 몽골 기병들이 빠르게 지나가던 통로였지만, 지금은 달빛 아래 "잉샹 야월"이라는 절경을 만들어냅니다. 다리 표면은 무지개처럼 살짝 휘어 있고, 녹나무 세로보 위에 깔린 벽돌과 돌은 7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오가는 발걸음을 받치고 있습니다. 모퉁이에 있는 푸칭 다리는 선명한 붉은색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청명상하도》의 비엔수이 무지개 다리를 본떠 만들어졌으며, 전체 다리가 목재로 묶여 있어 북송 시대 관목 아치교의 건축 지혜를 재현하며 고금을 잇는 다리의 표본이 되었습니다. "다리마다 사당이 있는" 골목을 지나다 보면 팡셩 다리의 다섯 개의 아치가 운하 무역의 번영을 담은 주련을 새기고 있습니다. 이 고대 다리들은 단순히 강을 건너는 통로일 뿐만 아니라 진저 사람들의 "다리를 뼈로, 물을 맥으로 삼는" 삶의 철학을 보여줍니다. 황혼이 분홍빛 담장과 검은 기와를 물들일 때, 다리 난간에 기대어 뱃노래 소리를 들으면 비로소 상업의 때가 묻지 않은 이 강남의 고향이야말로 진정한 수묵화의 긴 두루마리임을 깨닫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