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으로 만나는 천년의 미소: 청원산 호흡 실록

손끝이 노군암의 서늘한 기운을 스치고, 아침 안개가 바위 주름을 감싼다. 노자가 이끼 낀 눈썹 사이에서 미소 짓고, 자애로움이 천년을 뚫고 손바닥 깊숙이 스며든다. 승려들의 아침 예불 목어 소리가 산새의 소란과 섞여 고막을 두드리며, 몽롱한 가운데 시간도 잊게 한다. 남대암 철관음 차 연기가 흩어지고, 진장 수계 전체가 눈앞에서 흐른다. 구름이 찻상 가장자리에서 부서지고, 흰 파도가 눈가를 적신다. 고도계는 498미터를 가리키지만, 시선은 천주성의 시장 불빛 속으로 빠져든다. 고인이 남긴 “높이 오르려면 반드시 낮은 곳에서 시작하라”는 탄식이 목구멍을 뜨겁게 적신다. 석상은 아침 햇살 속에서 숨 쉰다 송대 석공은 오직 두 손으로 5미터 높이의 자연 거석을 길들여 노자 좌상을 만들었다. 오른손은 무릎을 받치고, 왼손은 책상을 지탱하며, 옷 주름은 굳어진 폭포처럼 드리워졌다. 복숭아 모양 코는 관광객들의 손길에 반짝이며, 기원의 온기가 돌 속 깊이 스며든다. 정오 전 햇살이 구름을 찢고, 광각 렌즈가 석상과 푸른 하늘을 담을 때, 천년의 미소는 꿀처럼 익어간다. 삼계가 전망대에 모이다 하늘이 완전히 밝지 않은 새벽, 남대암에 강풍이 옷자락을 휘날린다. 삼각대는 청석 위에서 이를 악물고, 뷰파인더 안에 천주만의 불빛이 별하늘처럼 이어진다. 푸른 빛이 사라지는 순간, 석가모니 석상 어깨 위로 금홍색 불덩이가 뛰어오른다. 절벽에 새긴 “산중 제일” 글귀가 아침 노을 속에서 타오르고, 불상, 도조, 공성은 향불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천호 금붕어가 부처의 그림자를 짊어지다 2인용 자전거가 호수 둘레 산책로를 스치듯 지나간다. 바퀴가 ‘발걸음마다 연꽃 피다’ 무늬가 새겨진 돌다리를 밟고, 산바람이 200여 마리 금붕어를 감싸 호수 표면의 하늘빛을 뒤흔든다. 안계 철관음이 거친 도자기 주전자 안에서 끓고, 주인 아주머니 손가락 사이로 차 향기가 스며 나온다: “중추절 밤에 오시면 돼요, 33존 부처 그림자가 수면 위에 떠서 춤추거든요.” 하하😃 호유천 물로 눈을 씻다 홍일 법사 사리탑 꼭대기가 소나무 숲을 뚫을 때, 손발을 써서 미타암 일선천을 기어올랐다. 절벽이 가슴과 등 뒤를 꽉 조여 폐 속 공기를 짜내고, 균열 끝에 탁 트인 공간에 도달했다. 이슬람 성묘에 새긴 《꾸란》 문양이 손끝을 찌르며 낭송된다. 치운산장 면포 깃발이 바람에 부적을 그리며, 고선단의 풍신 기원이 다시 떨린다. 밤 산행으로 돌과 교감하다 70장의 입장권을 주머니에 다시 넣는다. 청원산 야간 입장은 무료다. 금요일 해질녘에 노군암 광장에 들어서자, 조명이 갑자기 어둠을 뚫고 나온다. 화강암 질감이 빛 폭포 속에서 살아있는 맥락을 드러내고, 노자의 동공에 반사된 별빛이 진장으로 곧장 떨어진다. 산허리 생강 어미 오리탕이 혼을 뚫다 야생 철피석곡이 토기 항아리에서 호박색 닭국물로 우러나 목을 타고 내려가며 풀과 나무의 달콤함을 다림질한다. 윤병피가 튀긴 김의 바삭함을 감싸고, 무채가 땅콩 부스러기에 기름기 반짝임을 감싼다. 하산해 곧장 청원 농가 음식의 붉은 진흙 화로로 향하니, 생강 어미 오리 뼈가 오래된 장국물 속에서 솜처럼 부드러워졌다. 아추 소고기 잡탕 가게에서 사차장 냄새가 풍기고, 소 힘줄국은 이 사이에서 쫄깃한 젤라틴 진주를 터뜨린다. 호유천에서 한 움큼 차가운 물을 떠 올린다. 물줄기가 눈 속으로 부딪히는 순간, 《민서》의 “선산이기도 하다” 세 글자가 가슴을 뚫는다. 노자의 미소 주름, 홍일 탑 꼭대기의 동종, 남대암에서 일렁이는 구름 안개가 혀끝에서 해상 실크로드 서사의 짠맛으로 모인다. 서가의 면선죽이 위에서 뒤틀리고, 새우살이 튀어 바다 굴의 부드러움을 부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