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다오 팔대관을 거닐며 20개국 건축 양식이 어우러진 낭만적인 시간을 만나다

한 길, 한 정원, 한 건물. 칭다오 팔대관은 평범한 관광지가 아니라 근대 건축사와 도시 기억이 교차하는 공간입니다. 이곳은 20여 개국의 건축 양식을 산과 바다 사이에 녹여내어, 어디서나 찍는 사진마다 영화 같은 민국 시대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며 ‘도보로 만나는 건축 교과서’라 불립니다. 팔대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화석루입니다. ‘팔대관의 상징’으로 불리는 이 성곽식 건물은 화강암과 색색의 자갈로 복고적인 질감을 만들어냈으며, 로마풍의 돔과 고딕식 첨탑 창문을 동시에 품고 있습니다. 이곳은 한때 민국 명사들의 피서지였으며, 지금은 낡은 나무문을 열면 나무 계단이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옛 칭다오의 바닷바람과 지난 시절의 속삭임이 들리는 듯합니다. 화석루뿐만 아니라 이곳의 모든 건물에는 이야기가 숨겨져 있습니다. 공주루는 북유럽 동화 같은 첨탑과 연한 파란색 외벽을 지녔으며, 덴마크 공주가 설계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나비루는 드라마 ‘재난 후의 복숭아꽃’ 촬영지로 이름 붙여졌으며, 절충주의 양식의 외관이 펼쳐진 나비 날개를 닮았습니다. 스페인식 붉은 기와 정원, 러시아식 둥근 지붕 교회도 있으며, 소관로의 복숭아꽃과 거용관로의 은행나무 사이를 걷다 보면 계절과 건축이 빚어내는 낭만이 공기마저 복고 필터를 씌운 듯합니다. 옛 건축 애호가들에게 팔대관의 매력은 세부에 있습니다. 벽 모서리를 타고 오르는 덩굴은 백 년 된 부조를 감싸고, 발코니의 주철 난간에는 유럽식 문양이 새겨져 있으며, 심지어 거리의 오래된 가로등도 민국 시대 양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른 아침 인파를 피해 해변 목조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햇빛이 건물 그림자를 잔디밭에 드리우고, 산과 바다가 배경이 되어 어디서 찍어도 ‘시간 필터’가 자동 적용된 사진이 됩니다. 그래서 수많은 여행 블로거들의 ‘비밀 촬영지’가 된 것도 놀랍지 않습니다. 오늘날 팔대관은 더 이상 고립된 옛 건축물 집합체가 아닙니다. 이곳에서는 백 년 된 별장을 개조한 카페에서 핸드드립 커피를 마시며 사장님이 건축 뒤 이야기를 들려주고, 제2해수욕장 모래사장을 따라 산책하며 붉은 기와와 푸른 나무,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칭다오의 가장 클래식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팔대관은 역사적 무게, 건축 미학, 해변의 낭만을 한데 녹여내어, 방문객 모두에게 칭다오의 아름다움이 바다뿐만 아니라 이 오래된 건축물의 한 벽돌 한 기와 속에 숨겨져 있음을 일깨워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