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령 장성의 겨울 운치

연산 주름에 자리 잡은 금산령 장성은 추운 겨울에 가장 웅장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아침 안개가 걷히지 않은 시간, 72개의 적루가 은빛 산등성이에 숨었다 나타나며 마치 동면에서 깨어난 창룡이 비늘을 털어내는 듯합니다. 성가퀴에 쌓인 눈은 고드름이 되어 다이아몬드 조각처럼 빛을 반사하고, 명대의 벽돌과 돌에 핀 서리 꽃과 어우러져 운치를 자아냅니다. 화살 구멍을 스치는 찬바람은 북방 소나무 숲의 울음소리를 품은 채 600년 전의 수자리 뿔 소리를 매서운 추위 속에 녹여냅니다. 남은 눈이 성벽의 윤곽을 그리고, 다진 흙층과 돌들은 눈선에 의해 잘려 더욱 선명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마도 옆 앙상한 가지에 매달린 상고대는 마치 시간이 응결된 구슬 장식 같습니다. 석양이 치첩에 금빛 테두리를 입힐 때, 구불구불한 성벽은 대지가 쓴 광초체로 변모하고, 각각의 굽은 필치는 산하와 세월의 대화가 됩니다. 황혼이 깃들 무렵, 쌓인 눈이 반사하는 미광이 적루 사이를 맴도는 모습은 마치 수자리 병사들의 꺼지지 않은 횃불이 여전히 이 광활한 고요를 지키고 있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