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악 헝산, 천지간 가장 길게 이어지는 숨결

《헝산첩》 옌먼관 밖으로 나아가니 문득 천지간에 솟아오른 푸르스름한 산줄기가 보였다. 이 산은 마치 여와가 하늘을 보수할 때 잊어버린 바위 같아 모서리 사이에는 여전히 상고시대의 거친 기운이 남아 있다. 북악 헝산은 오악 중에서 늘 멀리 떨어져 있는 듯 보이며 수묵화에서 옅은 먹으로 번져 나간 먼 산과 같다. 하지만 당신이 산문 앞에 실제로 서면 비로소 '유연오실'의 기상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아침 안개가 걷히지 않았을 때 등산하는 것이 가장 좋다. 돌계단의 이끼 색은 천년의 도의 흔적을 머금고 있고 각 푸른 벽돌마다 다른 왕조의 발자국 소리가 박혀 있다. '금기대'에 이르니, 전설에 따르면 장과로가 이곳에서 신선과 바둑을 두었다고 한다. 돌 테이블 위에는 종횡으로 골이 파여 있어 어렴풋이 바둑돌이 부딪히는 맑은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문득 산바람이 스쳐 지나가니 소나무 물결 소리가 귓가에 흐르는 물처럼 퍼져 바람 소리인지 고금의 여운인지 분간할 수 없다. 자소궁 앞 청동 향로에서는 연기가 소용돌이치며 태극 문양을 이룬다. 처마 끝에 매달린 동종은 녹슬어 얼룩덜룩하지만 여전히 맑고 청아한 소리를 낸다. 도사가 마당을 쓰는 대나무 빗자루가 금빛 벽돌 위를 스치며 사각거리는 소리 속에 《운급칠첨》의 비밀스러운 말이 숨어 있다. 몸을 돌려 '대자만'을 바라보니 가파른 절벽에 새겨진 '항종' 두 글자는 집채만큼 크고 북위 시대의 새김 자국에서는 주사의 붉은색이 배어 나와 마치 천년을 응고시킨 부적 같다. 가장 기묘한 것은 회선부에 오르는 것이다. 발아래 운해가 넘실거리고 칠십이 봉우리는 마치 신선들이 모이는 듯하다. 문득 한 줄기 천광이 구름을 뚫고 나와 삼청전의 금빛 지붕 위에 정확히 떨어지니 순식간에 산 전체가 단로로 변하여 자줏빛 기운을 뿜어낸다. 이때 비로소 이백의 "숨결은 백천을 달리고, 연연산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광포함이 원래 이러한 천지의 원기가 쏟아져 나온 것임을 깨닫는다. 황혼이 사방을 감쌀 때 산길 옆 마애석각은 점차 그림자 속으로 숨어든다. 손끝으로 희미한 명문을 어루만지니 당나라 해서체의 단정함과 위나라 비석체의 준엄함이 돌결 속에 뒤섞여 있다. 헝산은 기이한 봉우리나 괴석을 자랑하려 하지 않으며 그 날카로움을 모두 문화의 결 속에 숨겨 놓았다. 마치 서하객 유람기 속 비바람에 닳아 둥글어진 대나무 지팡이처럼 소박하고 투박할수록 더욱 뼈대가 드러난다. 하산하며 뒤돌아보니 헝산은 이미 저녁 안개 속으로 숨어들었다. 《수경주》에서 '현악'이라 불린 이 산은 시종 북방의 고고함을 간직하고 있다. 태산의 봉선 의식처럼 빛나지도 않고 화산의 검기처럼 날카롭지도 않지만 고요함 속에서 스스로 우주를 이룬다. 문득 깨닫는다, 이른바 '항'이란 원래 천지간 가장 길게 이어지는 숨결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