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덕당·사계절 하늘빛 컬렉션】

맑은 날—— 융싱호가 한 조각 푸른 하늘을 빌려오고 구름은 분홍 벽 옆에서 졸고 있다 연꽃과 마두벽이 누가 더 자유로운지 겨루며 이 순간의 휘저우는 '명랑'이라는 두 글자를 바람 속에 적어 넣는다 비 오는 날—— 청회색 하늘막이 실처럼 내려오고 복도 아래에서 빗방울이 시든 연잎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는다 창을 열어 한 소매 가득 물안개를 잡아보니 문득 놀라 깨닫는다 다이왕슈의 시구가 돌길 위에서 싹을 틔우고 있다는 것을 청칸의 스물네 시간 속에서 맑은 날은 휘저우가 세상에 건네는 엽서이고 비 오는 날은 강남이 옷깃 속에 숨겨둔 속삭임이다 그리고 수덕당의 처마 아래에서는 모든 하늘빛의 흐름이 낭만으로 머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