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 서부: 설역의 긴 두루마리 속 시간의 주름

강정 공항의 이른 아침, 창밖은 서리로 덮여 있었습니다. 문을 열자마자 고원의 바람이 소나무 향과 경번의 기운을 품고 얼굴을 스쳤습니다. 마치 천 년 동안 보관된 탕카가 갑자기 먼지를 털어내고 화려한 본색을 드러낸 것 같았습니다. 신도교의 아침 안개 속에서 야크 무리가 초원의 은빛 조각들을 밟아 부수고 있었습니다. 티베트식 망루가 빛무리 속에서 펼쳐지고, 처마의 구리 종이 햇빛을 마름모꼴 조각으로 나누어 놓았습니다. 종소리 속에는 차마고도의 낙타 방울 여운이 담겨 있었습니다. 나는 문득 왜 사진작가들이 이곳의 공기가 자체 필터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마니 돌무더기 위의 육자진언이 아침 이슬에 젖어 있고, 각 돌새김의 오목한 부분마다 아침 빛을 들이마시고 내뿜고 있었습니다. 야라 설산 기슭에 도착했을 때, 구름층이 눈봉우리에 하다를 두르고 있었습니다. 빙하 융해수가 경번 진 사이로 구불구불 흐르고, 진홍색 승복을 입은 라마가 몸을 굽혀 물을 떠올렸습니다. 물결 속에는 7대 달라이 라마의 경송 소리가 일렁이고 있었습니다. 마니차의 구리 축이 내는 낮은 웅웅거림이 룽타의 펄럭이는 소리와 어우러져, 마치 신산의 가슴속에서 나오는 긴 호흡 같았습니다. 타공 초원에서 유목하는 캄파 남자를 만났는데, 그의 구리빛 손금에는 풀씨가 박혀 있었습니다. 버터차가 철주전자 안에서 끓을 때, 그는 먼 곳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저기 설선 아래의 철쭉 보이세요? 그들은 20년을 모아두었다가 신산을 위해 꽃을 피우는 거예요." 황혼 속의 타공사 도금 지붕이 갑자기 눈부셨습니다. 석양이 온 초원을 녹여 흐르는 금박으로 만들고 있었던 것입니다. 리탕의 별하늘은 가슴이 떨릴 만큼 낮았고, 은하수가 창청춘커 사원의 금빛 지붕 위로 쏟아졌습니다. 밤을 지키는 승려가 버터등을 들고 회랑을 지나갔고, 흔들리는 불꽃이 벽화 속 퇴색한 도모를 비추었습니다. 청금석으로 갈아 만든 그 눈동자는 여전히 400년 전 이곳에 순례 온 찬양갸초를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해발 4600미터에서 오색해가 베일을 벗었을 때, 나는 문득 티베트 우화 속 "해자는 천신이 떨어뜨린 거울"이라는 말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천년 빙하가 호수 중심에 그 모습을 비추고, 구름 그림자가 스칠 때마다 마치 투명한 경전이 호수 바닥에서 천천히 펼쳐지는 것 같았습니다. 야크 발자국이 호숫가 이끼 평원에 구불구불 신비로운 부호를 그리고 있었는데, 이는 갑골문보다 더 오래된 대지의 시구였습니다. 돌아가는 비행기가 이륙할 때, 창밖의 횡단산맥이 청녹색 물결로 변하고 있었습니다. 독수리와 함께 춤추던 경번들, 마니 돌무더기가 지키던 새벽빛, 목동의 주름 속에 깃든 전설들, 이 모든 것이 시간의 긴 두루마리 속 금가루가 되어 살짝 털어내면 온 눈앞에 은하수가 쏟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