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악 가을 산행: 가을 정취 가득한 새벽 종소리 저녁 북소리
새벽 5시 정저우 동역, 옅은 안개가 플랫폼을 감싸고 바람에는 이미 가을의 서늘함이 실려 있었다. 고속철도표를 꽉 쥐고 손끝으로 표면에 적힌 "정저우 동 — 숭산 소림"이라는 글자를 만지작거리며, 출발 전 친구가 말했던 "가을 숭산은 숲이 온통 단풍으로 물든다"는 말이 떠올라 마음은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 기차가 출발하고, 창밖 밀밭은 한여름의 짙은 녹색을 벗고 옅은 노란빛으로 빛났다. 지평선 위 야트막한 산들의 윤곽이 점차 선명해지고, 산봉우리는 이미 옅은 주황색으로 물들어 마치 가을 햇살이 부드럽게 입 맞춘 듯했다.
숭산 소림역에 도착했을 때, 아침 해는 막 산봉우리에 떠올라 멀리 있는 산맥을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관광 전용 버스로 갈아타자, 창밖 미루나무 잎들은 황금빛으로 흩날리고, 길가 농가 처마 밑에는 옥수수가 주렁주렁 매달려 주황빛 옥수수 이삭이 바람에 흔들리며 가을의 정취를 물씬 풍겼다. 40분 후 태실산 풍경구에 도착했다. 산문 앞 돌사자는 가을 햇살을 받으며 갈기 위에 서리꽃이 아직 다 녹지 않아 서늘한 위엄을 풍겼다. 매표소 아주머니는 손으로 그린 지도를 건네며 웃으며 말했다. "가을이라 산길이 미끄럽지 않아요. 폭포를 보면서 단풍도 감상할 수 있으니 정말 아름다울 거예요!"
청석판 길을 따라 위로 올라가자, 아침 이슬이 돌 틈의 이끼에 맺혀 가을의 서늘함을 더했다. 길가의 단풍나무는 이미 푸른 잎을 벗고 불타는 불꽃처럼 붉게 물들었으며, 가장자리는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고 있었다. 바람이 불자 붉은 잎들이 우수수 떨어져 어떤 것은 어깨에, 어떤 것은 돌판 위에 떨어져 잘게 부서진 붉은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했다. 소나무는 여전히 푸르렀고, 붉은 단풍과 어우러져 농담이 적절한 가을 그림 한 폭을 이루었다. 나는 허리를 굽혀 온전한 붉은 잎 하나를 주워 수첩에 끼웠고, 가을의 향기는 종이 사이에 머물렀다.
30분쯤 걸었을 때, "쏴아쏴아" 하는 물소리가 가을바람과 함께 들려왔다. 물안개에는 산 샘물의 맑고 서늘함이 섞여 있었고, 낙엽의 향긋함도 함께 실려 있었다. 모퉁이를 돌자 노애폭포가 눈앞에 펼쳐졌다. 가을의 물줄기는 한여름처럼 거세지는 않았지만, 좀 더 온화하고 부드러워 마치 옅은 흰색 비단 리본이 절벽을 따라 드리워진 듯했다. 폭포 꼭대기에서 물줄기가 바위에 부딪히며 튀어 오르는 물방울이 붉은 잎에 맺혀 수정처럼 맑고 투명했다. 햇살이 물안개를 뚫고 지나가자 작은 무지개가 연못 위에 걸렸고, 연못 바닥의 주황빛 낙엽과 어우러져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나는 전망대에 서서 가을바람을 맞았고, 물방울이 얼굴에 닿아 서늘한 느낌이 등산으로 인한 미열을 순식간에 날려버려 온몸이 상쾌했다.
정오 무렵, 가을 햇살이 온화해졌고 나는 중악묘에 도착했다. 붉은 담장은 가을 햇살 아래 유난히 선명했고, 노란 기와는 따뜻한 금빛을 띠며 멀리서 보면 산속에 누워 있는 따뜻한 색의 궁전 같았다. 중심축을 따라 걷자, 처마 끝의 풍경이 가을바람에 흔들리며 "딸랑딸랑" 하는 소리가 평소보다 더 맑게 울렸다. 대전 앞의 오래된 잣나무는 여전히 굳세고 웅장했으며, 나무껍질의 균열은 가을 햇살 아래 더욱 선명해 보였다. 나뭇가지 사이에는 황금빛 낙엽 몇 장이 매달려 바람에 살랑거렸다. 나는 다가가 나무줄기를 만져보았는데, 거친 나뭇결 사이에는 가을의 침착함이 숨어 있었고, 2천 년이 넘는 세월이 이 가을의 고요함 속에 응축된 듯했다. 전각 안에는 향불이 피어오르고, "중악대제" 신상의 옷자락은 살아있는 듯했으며, 풍경 소리가 가을바람과 섞여 황홀한 순간, 지금의 가을 소리인지 아니면 천 년 전의 새벽 종소리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사찰 음식점에서 "숭산 삼보면" 한 그릇이 상에 올랐는데, 투박한 사기그릇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났다. 넓은 면은 밀 향을 풍겼고, 고명으로 올라간 목이버섯은 부드럽고 연했으며, 표고버섯은 국물을 가득 머금었고, 노루궁뎅이버섯은 부드럽고 촘촘했다. 잘게 썬 가을 국화 몇 조각이 뿌려져 입안에 맑고 쌉쌀한 향이 더해졌다. 나는 천천히 비벼 먹었고, 가을 햇살이 창살을 통해 그릇에 쏟아져 따뜻함이 면을 따라 마음속으로 흘러들어 왔다.
오후에는 "십팔반"에 올랐다. 돌계단에는 붉은 낙엽이 가득 쌓여 밟을 때마다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마치 가을의 속삭임 같았다. 돌계단의 움푹 들어간 곳에는 세월의 흔적이 숨어 있었는데, 어떤 곳은 붉은 낙엽이 덮여 있었고, 어떤 곳은 얇은 가을 서리가 쌓여 있었다. 가을바람이 나뭇잎 사이를 지나며 서늘함을 전해 주었지만, 오히려 걸을수록 기운이 났다. "삼황구"에 이르자, 산짐꾼이 붉은 낙엽 더미 옆에서 쉬고 있었다. 그는 두꺼운 외투를 입고 있었고, 거무스름한 얼굴에는 웃음기가 돌았다. "가을 산행이 제일 편해요. 30분만 더 가면 정상인데, 거기서 보면 단풍이 훨씬 더 잘 보여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 인사를 전했고, 발걸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세 시에 준극봉 정상에 올랐다. 깊이 숨을 들이쉬자 풀과 나무, 낙엽의 향긋함이 가득했다. 가을의 구름과 안개는 평소보다 옅어 얇은 베일처럼 산을 둘러싸고 있었고, 흩어질 때면 산기슭의 황금빛 논밭이 마치 대지에 깔린 양탄자처럼 보였다. 멀리 소림사의 붉은 담장은 가을 숲에 가려져 보일 듯 말 듯 했다. 바위에 새겨진 "모든 산이 작게 보인다"는 붉은 글씨는 가을 햇살 아래 유난히 눈에 띄었다. 나는 바위에 기대어 눈앞에 펼쳐진 가을의 웅장하고 광활한 풍경을 바라보았고, 등산의 피로는 연기처럼 사라지고 마음속에는 기쁨만이 가득했다.
하산하여 소림사로 향하자, 해 질 녘 석양이 산문에 따뜻한 붉은빛을 입혔다. 경내의 은행나무는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었고, 잎들은 가을바람에 우수수 떨어져 두꺼운 황금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했다. 그 위를 밟으니 폭신폭신하고 가을의 부드러움이 가득했다. 대웅보전 안에서는 불경 소리가 가을바람과 새소리와 섞여 울렸고, 나는 한구석에 앉아 조용히 들었다. 모든 잡념은 이 가을의 고요함에 휩쓸려 사라졌다.
어둠이 짙어질 무렵 탑림을 떠났다. 석탑은 석양 노을 속에서 따뜻한 금빛을 띠었고, 붉은 낙엽이 탑 앞에 떨어져 엄숙함 속에 가을의 부드러움이 스며 있었다. 돌아오는 버스에 앉아 숭산이 점차 희미해지는 것을 바라보니 마음속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이 가을 홀로 떠난 여행에서 숭산의 가을 풍경은 눈을 즐겁게 했을 뿐만 아니라 마음을 위로해 주었다. 가을 정취가 가득했던 그 순간들은 결국 기억 속 가장 따뜻한 조각이 되어, 나중에 떠올려도 이 가을 숭산이 준 부드러움과 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