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로 머물던 호텔에서 이미 예약한 호텔로 옮기기 전에 하루 때울 숙소가 급히 필요했고, 근처에 시실리아 호텔이 검색 결과로 나왔다.
주니어스위트 방을 예약했는데, 7만8천원이면 다낭에서는 비싼 방이고 4성급이라길래 아무 문제 없겠거니 하는 생각에 그랬는지 평소 체크하던 고층, 조용한 방 같은 요청도 없이 예약했다. 리셉션에 갔더니 왼쪽에선 다른 게스트 응대 중이고, 다른 쪽 직원은 아예 모른 척하면서 자기 일만 하고 있다.
잠깐 자기들끼리 얘기하더니 배정된 방은 301호. 고층 방 없냐고 하니 풀부킹이라 안 된다고 한다. 그래도 비싼 방이니 기본은 하겠거니 하고 올라갔는데, 3층에 수영장이 있더라. 알고 보니 수영장 바로 옆 방이다. 발코니에 나가면 수영장에 있는 사람들과 눈 마주치고, 수영장과 접해있는 유리창의 커튼을 열면 선베드에 알몸으로 누워있는 사람을 보게 된다.
방문을 열면 수영장 사용자들을 위한 화장실의 입구가 바로 앞이다. 베트남 와서 구조 특이한 건물 많이 봤는데 이것도 두고두고 얘기할 만한 수준이다.
소음도 문제다. 바로 앞이 교통량 많은 교차로고, 호텔과 대각선으로 약 30m 거리에 공사현장이 두 개 있다. 방 자체는 그나마 깨끗했고, 처음에 눅눅하던 침대도 에어컨 좀 틀어놓으니 습한 느낌은 없어졌다. 처음 방에 들어갔을 땐 사람들의 체취가 베인 듯한 냄새가 심했지만, 창문 열어놓으니 많이 나아졌다.
다른 호텔을 선택하려다가, 다낭의 4성급 호텔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궁금해서 "어차피 하루인데" 하는 마음으로 시실리아를 선택했고, 후회한다. 이렇게 된 데엔 트립닷컴 AI의 책임도 있다. AI 요약 첫 문장이 "이 숙소는 15층의 주니어 스위트 객실..."로 시작해서, 주니어 스위트가 15층에 있다고 오해할 수 있다. 나도 그걸 보고 소음 걱정을 덜 했고, 실제로 이 호텔 앞 공사현장이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15층이면 괜찮겠지 싶었다.
그나마 방이 깨끗한 건 맞다. 이 호텔 주니어스위트 방 예약할 거면 꼭 몇 층인지 확인하고, 301호가 실제로는 G층을 포함한 4층이니 5층 이상일 때만 예약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