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말 다롄의 거리는 이미 가을빛으로 물들어 있었습니다. 고속철도 역을 나서자 서늘한 바닷바람이 얼굴을 스쳤는데, 한여름의 후덥지근함도 한겨울의 매서움도 없이 그저 깊이 들이마시게 되는, 다롄 가을만의 상쾌함이었습니다. 택시를 타고 예약해 둔 시허 호텔(禧合酒店)로 서둘러 가서 짐을 내려놓고 첫 목적지인 중산광장으로 향했습니다. 오래된 유럽풍 건물들의 붉은 벽돌에는 옅은 노란색 덩굴이 기어 올라가 있었고, 플라타너스 잎들이 돌길에 떨어져 밟으면 바스락거렸습니다. 광장 중앙 분수 옆에는 몇몇 노인들이 돌 테이블에 둘러앉아 바둑을 두고 있었는데, 바둑돌 놓는 소리와 가끔 들리는 비둘기 소리가 어우러져 여유로운 분위기였습니다. 길모퉁이에 20년 된 카페는 유리창에 옅은 성에가 껴 있었고, 따뜻한 라테 한 잔을 시켜 창가에 앉아 얇은 외투를 걸친 채 바삐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니 이 가을의 느린 리듬이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다음 날 일찍 일어나 빈하이루(滨海路)로 향했습니다. 봉추이도(棒棰岛) 입구에서 나무데크 길을 따라 걷는데, 양쪽의 나무들은 이미 옷을 갈아입어 단풍나무의 붉은색, 은행나무의 노란색, 소나무의 초록색이 겹겹이 푸른 바다에 비쳐 마치 물감 팔레트를 엎어놓은 듯했습니다. ‘하이즈윈’ 공원 구간에 이르자 아침 안개가 아직 걷히지 않아 멀리 있는 암초들은 희미하게 보였고, 파도가 해안을 때리는 소리가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하며 마치 신선 세계에 온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중간에 군고구마 파는 할아버지를 만났는데, 양철통 안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군고구마를 사서 손에 쥐니 따뜻함이 손끝으로 퍼져나가 걷느라 지친 피로가 절반 이상 사라졌습니다.
오후에는 위런마터우(渔人码头)에 갔습니다. 가을의 부두는 한여름의 시끌벅적함이 덜했고, 어선들은 해안에 조용히 정박해 있었으며, 돛은 내려져 있었고 배 몸체에 묻은 바닷물만이 햇빛에 반짝였습니다. 창가에 있는 해산물 식당을 찾아 찐 피피하(皮皮虾)와 매콤하게 볶은 홍합을 시켰는데, 막 나온 해산물은 바다의 신선한 단맛이 그대로 느껴졌고, 현지 배 주스와 함께 먹으니 상큼하고 물리지 않았습니다. 식사 후 부두 벤치에 앉아 갈매기들이 낮은 고도로 바다 위를 스쳐 지나가며 가끔 작은 물고기를 물고 가는 모습을 보는데, 바람에는 은은한 계화 향이 실려 있어 해변의 가을에도 이렇게 부드러운 달콤함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날은 싱하이광장(星海广场)에 보냈습니다. 해 질 녘, 석양이 하늘을 오렌지빛 분홍색으로 물들였고, 해상 대교의 불빛이 하나둘 켜지며 바다에 매달린 은색 비단 같았습니다. 해안선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구운 오징어 파는 포장마차에서 지글거리는 소리를 듣고, 아이들이 솜사탕을 들고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는데, 저녁 바람이 머리카락을 스치며 짠 바다 냄새를 풍겼지만 춥지 않았습니다. 떠나기 전 편의점에서 따뜻한 설탕에 조린 밤 한 봉지를 샀는데, 달콤한 옷을 입은 밤을 한입 베어 물자 부드러운 속살이 나왔고, 이 달콤함이 다롄 가을의 가장 잊을 수 없는 마무리였습니다. 떠날 때서야 비로소 다롄의 가을은 결코 짙은 색채의 놀라움이 아니라 바람 속에, 바다 속에, 그리고 일상 속에 숨어 있는 소소한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플라타너스 잎이 떨어지는 바스락거리는 소리, 따뜻한 군고구마의 온기, 해산물의 싱싱함, 그리고 생각만 해도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부드러운 시간이었습니다.
다롄 여행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