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중세 교회 - 아헨 대성당 (Aachen Cathedral)
아헨 대성당은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중세 교회로, 카롤링거 양식 건축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곳은 중세 시대에 기독교인들의 중요한 순례지 중 하나였으며, 샤를마뉴 대제의 안식처이자 신성 로마 제국 황제의 대관식 장소였습니다. 이러한 여러 요소들로 인해 아헨 대성당은 독일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아헨은 원래 눈에 띄지 않는 숲속 마을이었으나, 샤를마뉴 대제가 남북으로 정복을 거듭하면서 프랑크 왕국은 서로마 제국 멸망 후 서유럽에서 가장 큰 정치 실체가 되었습니다. 샤를마뉴 대제는 교황 레오 3세로부터 로마에서 '로마인의 황제'로 대관받았고, 거대한 제국의 지리적 중심에 위치한 아헨을 제국의 정치 중심지로 삼아 궁전을 세웠습니다. 교황의 대관을 통해 통치의 정당성을 얻은 샤를마뉴 대제는 궁전 내에 교회를 세웠는데, 이것이 오늘날의 아헨 대성당입니다. 원래 규모는 중앙의 팔라틴 예배당(Palatine Chapel)만 있었으며, 내부는 팔각형, 외부는 16각형의 이중 돔 구조로 805년에 완공되었습니다. 이 예배당은 이후 200년 동안 알프스 산맥 북쪽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샤를마뉴 대제는 사후 아헨 대성당에 묻혔습니다. 샤를마뉴 대제의 사망 후 거대한 제국은 그의 자손들 간의 분쟁으로 무너졌고, 결국 손자 세대에 세 왕국으로 분열되었습니다. 그 중 동프랑크 왕국의 왕 오토 1세는 936년 아헨 대성당에서 왕으로 대관받았으며, 962년 교황 요한 12세로부터 '로마인의 황제'로 대관받아 신성 로마 제국이 공식적으로 탄생했습니다. 샤를마뉴 대제에 대한 존경심으로 인해 아헨 대성당은 600년 동안 신성 로마 제국 황제의 대관식 장소로 사용되었으며, 30명의 황제들이 이곳에서 대관식을 치렀습니다.
또한, 아헨 대성당은 예루살렘에서 온 네 가지 성물을 소장하고 있어 유명하며, 중세 시대에는 예루살렘, 로마,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이어 네 번째로 중요한 기독교 순례지였습니다. 네 가지 성물은 예수 탄생 시 성모 마리아의 옷, 예수의 포대기, 예수가 십자가에 달렸을 때 착용한 허리띠, 세례 요한이 참수될 때 입었던 옷입니다. 1349년부터 교회는 7년마다 대규모 순례 행사를 개최하며, 성모 마리아의 성물함(Marienschrein)에 보관된 네 가지 성물을 전 세계 순례자들에게 공개합니다.
아헨 대성당은 다른 유명한 대성당과는 다른 독특한 매력을 발산합니다. 이 작은 마을에 들어서면 이 거대한 건축물에 시선을 뺏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소박한 마을과는 대조적으로 아헨 대성당은 매우 거대하며, 여러 차례의 증축과 보수를 거쳐 다양한 건축 양식이 혼합되어 독특한 외관을 자랑합니다. 아헨 대성당은 제가 방문한 대성당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며, 외부는 보수 작업으로 인해 잘 드러나지 않지만 내부의 팔라틴 예배당은 고대의 화려함을 충분히 보여줍니다. 구조, 색상, 모자이크, 금빛 돔은 다른 유럽 교회에서는 보기 힘든 스타일입니다.
📜흥미로운 전설: 아헨 대성당을 건설할 당시 자금이 부족하여 지역 주민들은 악마와 거래를 했습니다. 악마가 교회를 완성하는 데 도움을 주면 첫 번째로 교회에 들어가는 사람의 영혼을 얻을 수 있다는 조건이었습니다. 악마는 교회를 완성한 후 첫 번째로 들어오는 사람을 기다렸지만, 주민들은 한 마리의 늑대를 들여보냈습니다. 악마는 늑대의 영혼을 빼앗고 나서야 속았다는 것을 깨닫고 분노하여 교회를 뛰쳐나갔고, 그 과정에서 대문 손잡이의 사자 장식에 엄지손가락이 잘렸습니다. 오늘날까지도 대문 입구에서 늑대 조각상을 볼 수 있으며, 대문 손잡이의 사자 장식에서 악마의 엄지손가락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추가 정보 1: 팔라틴 예배당 뒤쪽에는 고딕 양식의 거대한 성가대실이 이어져 있으며, 유럽에서 가장 큰 스테인드글라스 창문 중 하나를 자랑합니다. 이곳은 '아헨의 유리집'이라고 불리며, 두 개의 금빛 상자가 있습니다. 앞쪽에는 네 가지 성물이 보관된 성모 마리아의 성물함이 있고, 깊숙한 곳에는 샤를마뉴의 성물함(Karlsschrein)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샤를마뉴 대제의 유해가 과학적으로 인증된 상태로 보관되어 있습니다.
📜추가 정보 2: 샤를마뉴 대제의 이미지는 독일을 상징하는 독수리와 프랑스를 상징하는 백합꽃과 함께 자주 등장합니다. 샤를마뉴 대제는 독일과 프랑스 두 나라의 공동 창시자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샤를마뉴 대제는 카드 게임의 하트 K의 모델이기도 합니다.
🚗교통: 기차를 타고 아헨 기차역에 도착한 후 도보로 이동하거나,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에서 버스를 타고 아헨 시내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마스트리히트에는 공항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