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경앵혼: 삿포로 나카지마 공원 아침저녁 산책
이번 홋카이도 벚꽃 촬영에서, ‘트립닷컴’이 준비한 호텔들은 산경, 호경, 마지막으로 ‘공원경’이었습니다. 호텔 이름만 봐도 공원 이름을 딴 ‘삿포로 공원 호텔’입니다.
호텔 측문을 나서면 바로 ‘나카지마 공원’이 나옵니다. 호숫가에 위치한 아주 멋진 ‘공원경’ 호텔입니다.
아침에 촉촉한 나카지마 공원 산책로를 밟으며 조용히 벚꽃 숲을 스쳐 지나갑니다. 햇살이 꽃 사이로 부드럽게 내려앉고, 분홍빛과 흰 꽃잎 위에 맑은 이슬방울이 맺혀 있습니다. 고목들이 우거진 숲, 짙은 초록이 막 깨어나 화려한 벚꽃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습니다. 연못 물결이 잔잔히 일고, 꽃 그림자가 그 사이를 떠다니며, 공기는 맑고 상쾌해 마음을 맑게 합니다.
이 고요한 곳은 메이지 시대에 황실이 휴식을 취하던 전용지로, 왕실의 기운이 스며 있습니다. 석교, 고목, 연못에서 당시의 우아함이 희미하게 느껴집니다. 지금은 세월이 흘러 번잡함이 씻겨 나가고, 옛 금지된 정원은 이미 활짝 열려 삿포로 시민들의 일상 휴식처가 되었습니다. 돌길 위에서는 아침 조깅하는 이들의 발걸음이 가볍고, 나무 그늘 아래에서는 노인들이 태극권을 여유롭게 합니다. 벤치 옆에서는 엄마가 미소 지으며 걸음마 배우는 아이를 바라보고, 벚꽃나무 아래에서는 휴일을 보내는 젊은 여성들이 자리를 펴고 그림 속에 녹아듭니다. 이곳의 역사적 무게가 조용히 삶의 따뜻한 결에 스며들어 봄날의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저는 아침과 저녁 풍경 촬영을 좋아해 해질 무렵 다시 공원에 들어갑니다.
황혼은 자연의 조색사로, 가장 신비로운 마법을 펼칩니다. 낮 동안 우아한 분홍빛과 흰 벚꽃이 이 순간 붉은 빛으로 물들어 색감이 믿기 어려울 만큼 깊고 진해집니다.
호텔에서 공원으로 들어가는 길가에 아침에 연약해 보였던 두 그루의 연분홍 벚꽃이 온화한 자주빛으로 변해 하루 종일 빛을 흡수한 듯 어두워진 하늘 아래서 오히려 내면 깊고 고요한 화려함을 피워냅니다. 이 색 변화는 황혼의 포옹 속에서 더욱 짙고 신비롭게 빛납니다.
이 모든 화려함은 공원 안 연못 한가운데서 완벽히 포착됩니다. ‘창포 연못’의 수면은 이 순간 거울처럼 매끄럽고 아침의 잔잔한 물결은 사라졌습니다. 연못은 욕심 많고 충실하게 가라앉은 하늘 전체를 비춥니다. 짙은 남색 하늘 가장자리는 녹아내리는 금빛 노을 잔광으로 물들고, 가장 감동적인 것은 물속에 거꾸로 비친 벚꽃 구름입니다!
갑자기 세 마리의 야생 오리가 ‘꽥’ 소리를 내며 날아올라 날개를 급히 퍼덕이며 수면을 스치고, 이 그림 같은 고요함을 깨뜨립니다. 또 몇 마리의 화려한 원앙들이 빛과 그림자가 어우러진 곳에서 여유롭게 헤엄치고 있습니다. 그들의 평온함은 방금 전의 소란과 묘한 대조를 이룹니다. 황혼 속 꽃과 물은 저마다 신비롭고 고요한 리듬을 지닙니다.
빛과 그림자가 더 짙어질 때 저는 발걸음을 옮기며 세 번이나 뒤돌아봅니다. 이 순간 공원 안 황혼에 더 짙어진 벚꽃은 더욱 화려하고, 강가 벚나무의 그림자는 물속에서 더욱 진하게 보입니다.
가지의 굳센 곡선, 꽃송이의 빽빽함, 색채의 층위가 모두 수경에 완벽히 복제되었으나, 물결의 미세한 빛으로 인해 몇 배 더 흐르는 듯한 꿈결 같은 느낌이 더해집니다.
현실과 반영의 경계는 황혼의 부드러운 붓질로 지워져 위아래 대칭을 이루는 깊고 신비로운 벚꽃 환상을 만듭니다.
호텔 로비의 꽃잎 조명이 눈길을 끕니다. 하늘도 사람의 뜻을 따르듯, 홋카이도의 이 ‘벚꽃 인연’은 제 마음속에 영원한 ‘만개’로 남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