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위의 유토피아를 경험하다, 젊은 내가 오히려 소수파가 되다
루비 프린세스 호가 항구를 서서히 떠날 때, 나는 갑판 난간에 기대어 스카이라인이 사라지는 리듬을 세고 있었다. 주변에서 오가는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가 뒤섞인 웃음소리 속에서 은백색 머리카락이 바닷바람에 날리며 파도처럼 흩날렸다. 마치 크루즈 전체가 어떤 우아한 황혼으로 감싸인 듯했다.
크루즈 회사는 분명 은발 세대의 숨겨진 갈망을 잘 알고 있었다. 매일 아침, 백발의 교수는 전망 라운지에서 고대 그리스 철학사를 강의했고, 앞줄의 할머니들은 금도금 펜으로 진지하게 필기하며, 양피지 노트북에 어제 경매회의 예술 도판을 끼워 두었다.
18층 높이의 이 움직이는 궁전은 그 자체로 정교한 예술품이었다. 바로크 양식의 돔 아래,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대리석 기둥을 환하게 비추고, 미러 홀에서는 백발의 신사가 진주 목걸이로 반짝이는 부인과 천천히 걸어가며, 그 모습이 수많은 프리즘에 의해 시간의 조각으로 나뉘어졌다. 페르시안 카펫이 깔린 도서실을 지나갈 때, 80대 노인이 통창 앞에서 모네의 수련을 스케치하는 모습을 보았다. 이젤의 마르지 않은 유화 물감과 창밖의 실제 바다 노을이 서로를 비추고 있었다.
이 늦은 나이를 위해 만들어진 해상 유토피아에서, 모든 디테일은 생명의 리듬과 조용히 조화를 이룬다. 진정한 사치란 금박 장식이 아니라, 시간이 이 순간에 존엄한 확장을 얻는 것일지도 모른다. 마치 끝없이 배우고, 느끼고, 사랑하는 은발의 영혼들이 여생을 결코 정박하지 않는 항해로 살아가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