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의 결, 연천에서 하루
#5월여행지원금
날짜: 2024년 10월 19일 (토)
날씨: 맑고 선선한 가을바람
이동수단: 자가용 (서울 → 연천, 약 1시간 30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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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전 9:00 – 서울 출발
이른 아침, 창밖으로 맑은 가을 햇살이 비쳤다. 도심을 빠져나가 고속도로에 들어서니, 차 안 가득 가을 공기가 들이찼다. 길가의 은행잎은 노랗게 물들고 있었고, 차창 너머로 계절의 색이 바뀌는 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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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전 10:40 – 연천 임진강 댑싸리공원 도착
공원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끝없이 펼쳐진 댑싸리 군락이 시야를 채웠다. 초록빛에서 붉게 바뀌는 중간 지점, 댑싸리들은 바람에 따라 몸을 흔들었고 그 모습이 마치 한 폭의 유화 같았다.
포토존마다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지만, 굳이 경쟁하듯 사진을 찍지 않아도 좋았다. 천천히 걸으며 그 붉은 풍경에 몸을 담그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댑싸리 사이로 조용한 산책로가 이어졌고, 발걸음이 절로 느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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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 12:30 – 한옥카페 ‘세라비’에서의 한숨 돌림
댑싸리공원에서 차로 15분쯤 떨어진 한옥 카페 ‘세라비’는 입구부터 인상적이었다. 마당에 정갈하게 놓인 장독대들, 잘 다듬어진 돌담, 그리고 고요한 정원이 가을 햇살 속에 고요히 앉아 있었다.
내부는 담백하게 꾸며져 있었고, 어디에 앉든 마당이 잘 보였다. 주문한 쑥라떼와 단호박 케이크는 이 공간과 놀라울 만큼 잘 어울렸다. 쑥 특유의 깊고 고소한 향, 그리고 케이크의 부드러운 단맛이 오후의 공백을 채워주었다.
테이블에 앉아 있자니, 아무 말도 없이 몇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커피잔을 쥔 손에 햇살이 스며들고, 장독대 너머로 바람이 잎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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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 2:00 – 연천 국화꽃 축제
세라비를 나와 들른 국화꽃 축제장은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정돈된 아름다움이 있었다. 다양한 색의 국화들이 층층이 피어 있었고, 작은 언덕길을 따라 산책로가 이어졌다.
사람들이 많았지만 소란스럽지는 않았다. 꽃 향기를 맡으며 걷다가 사진도 몇 장 찍었다. 국화로 만든 작은 조형물들이 정겹게 배치돼 있었고, 붉은 국화 사이로 노란빛이 가득 번졌다.
누군가는 가족과 함께, 누군가는 혼자, 누군가는 연인과 함께 그 공간을 걸었다. 나 역시 그 중 한 사람으로, 가을을 천천히 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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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 4:00 – 서울로 돌아오는 길
돌아오는 차 안은 말수가 줄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잔잔한 음악만이 배경을 채웠다. 가을을 충분히 담은 하루였기에, 아쉬움보다는 여운이 더 컸다.
차창 밖으로 해가 기울고 있었고, 오늘 본 풍경들이 머릿속을 천천히 다시 지나갔다. 댑싸리의 붉은 물결, 장독대가 놓인 한옥 마당, 국화 향기와 바람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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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기억
연천은 도시보다 먼저 가을이 찾아온 곳이었다.
‘세라비’는 단순한 카페를 넘어 하나의 공간 경험이었다.
계절은 한순간에 깊어지고, 하루는 충분히 오래 남는다.
오늘 하루는 가을이 보내준 편지 한 장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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