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왕실 호텔의 어전 정원을 해독하다, 곳곳이 풍경이다

로열 만수르 호텔 어전 정원의 산책로는 한 걸음만 들어서도 푸른 나무와 붉은 벽의 부드러운 덫에 빠져든다. 푸르름은 흠뻑 젖어 있는 바탕색이고, 무성한 나무 가지는 하늘을 덮은 비취색 구름처럼 흔들리며 행인을 위로한다. 주홍빛 높은 벽은 우뚝 서서 시간이 쌓아올린 품위 있는 침묵을 간직하고 있다. 쉰세 채의 정원 누각은 숲 사이에 별처럼 흩어져 있어, 딱딱하게 늘어선 것이 아니라 마치 자연스럽게 자라난 진귀한 열매 같다. 작은 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면, 빛과 그림자가 어우러져 매 순간 경치가 달라진다. 방금까지 덩굴이 얽힌 깊은 길을 걷다가 고개를 들면, 갑자기 탁 트인 공간에 정교하고 아담한 정자가 나무 그늘 속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그 사이를 걷노라면, 마치 정교하게 설계된 생명의 미로를 걷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여기서 말하는 '미로'는 길을 잃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성스럽게 구축된 묘미를 말한다. 모든 모퉁이에는 마음이 담겨 있고, 모든 멈춤은 기대할 만하다. 인생의 길도 종종 이렇게 예기치 않게 변하는 풍경을 마주한다. 운명도 어느 모퉁이에 놀라움을 숨기거나 신비로운 비밀을 묻어둔다. 푸른 그림자와 붉은 벽 사이를 거닐며 문득 깨닫는다. 생명은 아마도 이렇게 걸을수록 경치가 바뀌는 정원과 같을지 모른다. 모든 방향 전환, 모든 바라봄은 새로운 풍경이 기다리고 자라나는 것이다. 걸음을 멈추지 않는 한, 모든 걸음이 기대할 만하고 소중히 여길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