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라쉬 – 페트라와 사해를 넘어 요르단의 첫 관문

암만 공항에 도착한 후 내가 처음으로 향한 곳은 페트라도 아니고 사해도 아닌, 바로 제라쉬였다. 제라쉬는 암만에서 북쪽으로 약 5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고대 로마 도시로, 요르단의 숨겨진 보물 중 하나다. 제라쉬는 데카폴리스(Decapolis)라는 로마가 기원전 1세기에 중동 지역에 설립한 10개 도시 네트워크 중 하나로, 무역과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길이 800미터가 넘는 로마 기둥 도로, 두 개의 극장, 여러 신전 등으로 인해 이 도시는 '중동의 폼페이'라고 불리며, 일상 생활과 건축의 흔적을 완벽히 보존하고 있다. 암만에서 북쪽으로 차를 몰고 가는 데는 한 시간 남짓 걸린다. 도로는 황금빛 언덕과 작은 마을을 지나며, 마을의 건물들은 사암으로 이루어져 산비탈을 따라 층층이 자리잡고 있다. 아침 공기는 건조하고 맑아 마치 새로운 지역으로 안내하는 다큐멘터리의 오프닝 장면처럼 느껴진다. 고대 도시의 경계에 도착하면 하드리아누스 아치(Hadrian’s Arch)가 웅장하게 서서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 아치는 2세기에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이 도시를 방문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다. 하늘색과 대비되는 높은 석재 기둥은 마치 아직 끝나지 않은 역사적 장면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넓은 공간의 고요함 속에서 바람이 아치와 무너진 기둥 사이를 지나가는 소리는 한때 번영했던 제국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지만 그것은 긴 시간 속의 한 순간일 뿐이다. 제라쉬를 정의하자면 단순히 '고대 도시'가 아니다. 그것은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읽을 수 있는 살아있는 기록이다. 공항에서 암만까지는 약 40분이 걸리고, 암만에서 북쪽으로 한 시간 정도 더 가면 제라쉬에 도착한다. 총 이동 시간은 약 한 시간 반이다. 첫 번째 구간은 번잡한 도시의 리듬으로 가득 차 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풍경은 조용하고 탁 트인 시골로 바뀐다. 건조한 바람이 창문을 지나며 마치 다른 세계로 안내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