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 속을 걷는 곳, 경주 대릉원에서의 추석

#추석여행 추석에 찾은 경주 대릉원은 유난히 고요했어요. 높게 쌓인 능선 사이로 부드러운 바람이 불고, 은빛 억새가 살짝 흔들리는 모습이 정말 평화로웠어요. 햇살이 따뜻하게 내려앉은 초가을의 공기 속에서 걷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대릉원은 생각보다 넓어서 천천히 산책하듯 돌아보기 좋아요. 봉황대, 미추왕릉, 천마총까지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금빛 잎사귀들이 바닥을 덮고 있어서 마치 시간 속을 걷는 듯했어요. 특히 천마총 내부 전시관은 꼭 들러볼 만했어요. 당시 무덤 구조와 출토 유물들이 정갈하게 전시돼 있어서 신라의 품격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어요. 추석 연휴엔 가족 단위 방문객도 많았는데, 붐비기보다 오히려 명절 분위기와 어울렸어요. 한복을 입고 걸어 다니는 사람들도 많아서 사진이 더 분위기 있게 나왔구요. 입구 근처 한복 대여점에서 한복을 빌려 입고 능선 앞에서 사진 찍으면 정말 예쁘게 나와요. 가을의 대릉원은 단풍이 물들기 시작해서 풍경이 한층 더 깊어 보여요. 낮에는 햇살이 부드럽고, 저녁 무렵엔 금빛으로 물드는 능선이 인상적이에요. 천천히 걷다 보면 바람 소리와 발자국 소리만 들려서, 북적이는 도시에서 벗어나 잠시 쉬어가는 기분이 들었어요. 아쉬운 점이라면, 입장 시간이 생각보다 일찍 마감돼서 해 질 무렵엔 서둘러야 했어요. 오후 5시 반쯤이면 관람이 제한되니, 해질녘의 붉은 하늘을 보고 싶다면 조금 일찍 입장하는 게 좋아요. 추석에 경주 대릉원을 찾는 건 정말 잘한 선택이었어요. 전통의 향기와 계절의 정취가 함께 어우러져, 조용하지만 풍성한 가을을 느낄 수 있었어요. 오래된 고분 사이를 걷는 그 순간, 잠시나마 신라 시대의 시간 속에 머문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