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판 충칭 체험, 칼리아리 구도시에서 만나는 마법 같은 현실

사르데냐 섬이 이탈리아의 낙원이라 불리는 데는 이유가 있죠. 주도 칼리아리는 구릉 위에 자리 잡고 푸른 바다를 마주하고 있어요(바로 맞은편 12km 거리에 프랑스 코르시카 섬이 있답니다!). 그림처럼 아름답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구도시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이곳이 바로 '지중해판 충칭'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지도? 필요 없어요! 작은 도시라 한 시간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겠지 생각했는데, 현실은 정반대였어요. 구불구불한 돌길과 오르내리는 계단은 미로 그 자체! 3시간을 헤매도 제자리였죠. 고성벽과 높은 탑(유명한 '코끼리 탑'의 정문은 정말 든든해 보였어요)을 올려다보며 걷다 보니, 발 아래는 가파른 경사로. 매 발걸음이 수백 년 역사를 밟는 기분이 들었어요. 다만 이 역사는 다리에 좀 무리였지만... 가볍게 구경할 생각이었다면 큰 오산! 순수한 등산 트레이닝이었죠. 가장 놀라운 것은 지형이었어요. 걷다 보니 갑자기 길이 사라지고, 10~20m 높이의 절벽이 나타나는 거예요! 당황스러운 순간, 길가에 갑자기 관광 엘리베이터가 '튀어나오는' 거죠! 게임의 세이브 포인트처럼 구원의 손길이었어요. 이 초현실적인 조합은 산악 도시만의 매력이에요. 중세의 돌 미로는 거칠지만, 현대식 엘리베이터가 부드럽게 받쳐주니까요. 칼리아리 구도시에서는 지도를 절대 믿지 마세요. 방향 감각도 과신하지 마시구요. 이곳은 '길을 잃도록' 설계된 공간이에요. 접히는 길, 수직의 고저차, 매 순간이 놀라움(혹은 깜짝 놀라움)으로 다가올 테니까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 오르내리며 헤매는 경험 자체가 이 천년 산성 도시의 독특한 '인사' 방식인지도 몰라요. 길을 잃어야만 비로소 이곳을 이해할 수 있는 걸까요? 다음엔 반나절은 잡고... 운동화 꼭 신고 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