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 흐린 날의 여행: 회색조 속 도시의 리듬

정오의 기차가 브뤼셀에 도착했다. 이번에는 생활과 예술의 기운이 가득한 생 카트린(Saint Catherine) 지역에 머물기로 했다. 가는 길에 아침 햇살이 아직 비추지 않은 생 장 바티스트(Église Saint-Jean-Baptiste) 교회를 지나쳤는데, 흐린 구름 아래서 더욱 장엄하게 보였다. 햇빛이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하지 않아도, 교회 내부의 금빛 장식은 촛불에 비춰져 더욱 묵직한 질감을 드러냈다. 그랑플라스(Grand Place)로 가는 길에 세 번째 모퉁이를 돌자 갑자기 오줌싸개 소년을 마주쳤다. 오늘은 뜻밖에도 '맨몸'으로 등장했다. 근처 초콜릿 가게 주인은 웃으며 설명했다. "어젯밤 그의 옷이 아마도 수집가에게 빌려간 것 같아요." 이 61cm의 청동 소년 주변에는 항상 휴대폰을 든 관광객들이 모여 있지만, 벽에 있는 청동 명판을 발견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 명판에는 1619년 그가 도시를 화약 폭발로부터 처음으로 구한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우연히 지도에서 '오줌싸개 소녀'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잔느케 피스(Jeanneke-Pis)를 찾는 것은 마치 도시 보물찾기와 같았다. 그녀는 임파스 드 라 피델리테(Impasse de la Fidélité) 골목에 숨어 있으며, 철제 난간 뒤에서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다. 근처 바 주인은 "1987년에 그녀를 설치한 이유는 도시의 남성적인 기운을 균형 잡기 위해서였어요."라고 말했다. 오늘날 그녀의 앞치마에는 각국의 동전이 가득하다. 일본 관광객은 연애를 기원하며, 벨기에 학생들은 시험 합격을 기원하며 유로 동전을 던진다. 정오의 그랑플라스는 평소의 화려함을 벗고 더욱 진솔한 모습을 드러냈다. 흐린 날의 부드러운 빛은 고딕 건축의 모든 조각을 입체적으로 드러냈고, 길드 건물 외벽의 금빛 장식은 눈부시지 않고 오히려 세월의 흔적을 담은 온화한 광택을 뿜어냈다. 광장의 관광객들은 눈을 찡그리며 사진을 찍는 대신 건축물의 세부를 여유롭게 올려다보고 있었다. 브뤼셀의 흐린 날은 이 도시가 엽서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더욱 깊고, 더욱 진실된 모습이다. 눈부신 햇빛이 없어 건축의 선이 더욱 뚜렷하고, 강렬한 빛과 그림자의 대비가 없어 도시의 색채가 더욱 섬세하다. 이 회색조의 시적인 분위기 속에서 나는 브뤼셀의 가장 본질적인 모습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