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의 사계절 시편｜아놀드 수목원 방문기】

보스턴 시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아놀드 수목원(Arnold Arboretum)'은 마치 비밀의 정원처럼 숨겨진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지하철 오렌지 라인을 타고 Forest Hills역에서 내려 10분 정도 걸으면 도착할 수 있는 이곳은 하버드 대학교가 관리하는 식물원으로, 280에이커에 달하는 넓은 면적을 자랑하며 미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공공 수목원 중 하나입니다. 제가 방문한 날은 초가을이었는데, 수목원 내의 붉고 노란 단풍잎들이 마치 물감을 뿌린 듯 산비탈과 숲길을 부드럽게 덮고 있었습니다. 이곳은 관광객들로 북적이지 않고, 여유롭게 조깅을 즐기는 주민들, 조용히 사진을 찍는 사진작가들, 그리고 잔디밭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가족들만이 있었습니다. Peter’s Hill을 따라 정상에 오르면 보스턴 시내의 스카이라인을 조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목원의 전체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어 마음을 비우고 명상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입니다. 자연의 아름다움 외에도 아놀드 수목원은 야외 식물 박물관과도 같은 곳입니다. 수목원 내의 모든 나무와 관목에는 이름표와 학명이 붙어 있어 식물 애호가들에게는 천국과도 같은 장소입니다. 봄에는 진달래와 벚꽃이 만개하고, 여름에는 푸른 숲이 우거지며, 가을에는 사진작가들이 사랑하는 황금빛과 붉은색의 캔버스가 펼쳐집니다. 무료로 입장할 수 있고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이곳은 단순히 경치를 감상하는 장소를 넘어 살아있는 자연 교실과도 같습니다. 도시 속에서 잠시나마 평온과 치유를 찾고 싶다면, 아놀드 수목원은 꼭 한번 방문해볼 가치가 있는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