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속 화려한 불빛으로 빛나던 온천장 '아부라야'를 기억하시나요? 겹겹이 쌓인 목조 건물이 수면에 비치고, 붉은 등불이 따스하게 흔들리며, 당장이라도 유바바가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 것만 같은 곳이죠. 일본에서는 이런 풍경이 그리 멀지 않답니다. 에히메 현 도고온천본관의 100년 된 3층 목조 누각은 아부라야의 가장 유명한 모티브가 된 곳이에요. 도쿄 근교 에도도쿄건축정원에 옮겨진 30채의 역사적인 건축물들은 나무 기둥, 종이 등불, 다다미 복도 등 아부라야 내부를 현실에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죠. 그리고 교토 후시미 이나리 신사의 센본토리이는 4km에 달하는 붉은 터널이 빛과 그림자와 어우러져 '이세계 터널'을 만들어내며, 센과 치히로가 신들의 세계로 넘어가는 입구를 완벽하게 재현해 냅니다.
하지만 중국에도 마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세계에 발을 들인 듯한 환상적인 야경 명소 5곳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 충칭·훙야둥상예제
산비탈을 따라 지어진 11층 규모의 전통 가옥 댜오자오러우(吊脚楼)는 밤이 되면 수만 개의 조명이 일제히 켜지며 쟈링강 수면을 화려하게 수놓습니다. 훙야둥상예제의 층층이 쌓인 구조는 아부라야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어요. 1층으로 나가도 도로가 나오고, 11층으로 나가도 도로가 이어지는 마법 같은 구조는 가히 중국판 '온천장'이라 부를 만합니다. 건물 안에는 훠궈, 길거리 음식, 수공예품 상점들이 가득해 밤새 구경하고 먹어도 지루할 틈이 없답니다.
🏮 후난·펑황/봉황
퉈장(沱江) 강 양옆으로 늘어선 댜오자오러우가 어둠 속에서 따스한 노란빛을 밝히면, 거울 같은 강물 위로 나룻배가 여유롭게 지나갑니다. 펑황/봉황의 밤은 훙야둥상예제보다 훨씬 고요하고 시적인 분위기를 자아내요. 강변을 따라 산책하거나 펍 거리에 앉아 션충원(沈从文)의 고향인 샹시(湘西) 특유의 부드러운 정취를 느껴보기에 제격입니다. 먀오족의 은장신구와 생강 엿은 꼭 사야 할 필수 기념품이에요.
🏮 윈난·리장고성(리쟝구청)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곳은 수로를 따라 나시족의 전통 목조 건축물이 길게 이어져 있습니다. 밤이 되면 쓰팡제(四方街)에 붉은 등불이 높이 걸리고, 펍 거리에서는 포크송과 기타 선율이 흘러나오며, 물레방아가 삐걱거리며 돌아갑니다. 리장의 밤은 뜨겁고 활기차요. 친구들과 함께 리장 로컬 수제 맥주를 마시며 노래 <일순간(一瞬间)>을 듣다 보면, 여행의 한 순간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느껴질 거예요.
🏮 저장·우전 시자(西栅)
강남 수향마을의 정수를 보여주는 곳입니다. 돌다리, 검은 지붕의 나룻배, 하얀 벽과 검은 기와가 어우러진 풍경 위로 밤이 내리면, 강을 따라 등불이 하나둘 켜지며 수면 위로 빛과 그림자의 긴 회랑이 펼쳐집니다. 우전의 밤은 차분하면서도 정교한 매력이 있어요. 노를 젓는 배를 타고 좁은 수로를 누비거나, 강가 찻집에 앉아 항저우 백국화차를 마시며 물멍을 즐기기에 완벽한 곳이랍니다.
🏮 저장·시탕
우전과 어깨를 나란히 하지만, 훨씬 더 서민적이고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곳이에요. 1km에 달하는 지붕 덮인 복도 '랑펑(廊棚)'은 시탕만의 독특한 풍경입니다. 비바람을 막아주는 강변 회랑에 밤이 찾아와 등불이 켜지면, 작은 상점과 술집, 객잔들이 일제히 불을 밝힙니다. 시탕의 밤은 한푸를 입고 거닐기에 참 좋아요. 어디서 셔터를 누르든 고풍스러운 인생샷을 남길 수 있답니다.
도고 온천에서 훙야둥상예제까지, 센본토리이에서 펑황/봉황 퉈장까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속 불빛은 결코 꺼지지 않았습니다. 마음에 드는 야경 명소를 골라, 환상적인 세계로 시간 여행을 떠나볼 이유를 만들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