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술 궁전(Palacios Nazaríes)은 알함브라 궁전의 중심을 이루는 건축군으로, 나수르 아침의 미의식과 기술이 가장 응축된 공간입니다. 외관은 삼가면서 한 걸음 내부에 들어가면 기하학 문양이나 아라비아 서예로 정밀하게 장식된 벽면이 이어져, 마치 돌과 빛이 솟아나는 시의 세계에 헤매는 것 같은 감각을 줍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장소가 12마리의 사자 분수를 중심으로 정한 '사자 안뜰(Patio de los Leones)'입니다. 십이 대리석 사자 동상이 원형 받침대를 지원하고 그 입에서 물이 조용히 흐르는 독특한 구도는 이슬람 건축에는 드문 동물상의 사용과 물 조형미가 융합한 매우 특별한 존재입니다.
이 분수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궁전 전체의 수로 시스템의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으며, 사방으로 뻗어있는 수로가 정원과 건물을 정밀한 대칭성으로 연결하고 있습니다. 물은 빛을 반사하고 기둥 복도의 그림자와 겹치며 시간마다 다른 표정을 보여줍니다. 12마리의 사자는 각각 미묘하게 다른 표정을 가지고 있으며, 마치 궁전을 조용히 지켜보는 수호자처럼 늘어서 있습니다.
사자 안뜰은 '천상의 낙원'을 지상에 재현하려는 나슬 아침의 이상을 상징하며, 물, 빛, 대칭성, 기하학의 조화가 극한까지 높아진 공간입니다. 여기에 서면 건축이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기도와 철학의 결정이었다는 것을 깊이 실감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