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엘 안토니오 국립공원의 열대우림 오솔길을 거닐다 보니, 울부짖는 원숭이들의 울음소리가 마치 녹색 커튼 깊숙한 곳에서 던져진 과일처럼 들렸습니다. 갑자기 세발가락 나무늘보가 나무줄기에 매달려 하품을 했습니다. 마치 시간 자체가 느려진 듯, 나무늘보의 속눈썹에서 빗방울이 천천히 떨어졌습니다. 에스파딜라 수르 해변의 파도에 몸을 맡기고 있을 때, 흰얼굴꼬리원숭이들이 제 뒤에서 몰래 자외선 차단제를 훔쳐갔습니다. 야자수 가지에 앉아 뽀얀 반죽을 짜내 발에 부지런히 바르고 있었습니다. 해 질 무렵, 이구아나는 바위 위에 있는 고대 전사들의 실루엣을 비추었고, 보랏빛 군함조는 저녁 노을을 가르며 구애의 깃발을 만들었습니다. 경비대원들이 현수교를 닫을 때, 뒤를 돌아보니 맹그로브 숲에서 반딧불이들이 하나둘씩 빛을 내는 것이 보였습니다. 마치 지구에 남겨진 별자리 지도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