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의 처마 끝에 저녁 노을이 내려앉고, 해상리원의 주홍색 무대는 이미 미궁을 펼쳐놓았다. 디공은 무대 옆에 서서 손가락으로 의상의 은은한 무늬를 스쳤다. 가면 뒤의 흠집과 노래 가사 사이의 여백 모두 진실을 향한 단서를 숨기고 있었다.
당나라의 화려한 운치가 배원의 회랑을 넘나들고, 반쪽 구슬이 조각된 창 아래에 떨어져 있다. 디공이 몸을 굽혀 그 증표를 주웠을 때, 유원의 등불 빛이 구슬 위로 흘러내렸다. 무형문화재의 연극 운율과 백 년의 고풍스러운 경치가 함께 어우러져 이 기이한 사건의 실마리를 엮어낸다.
기와는 달빛을 비추고, 이원(梨园)과 위원(豫园)의 고즈넉한 골목은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비밀의 공간으로 이어진다. 디공(狄公)의 구두 소리가 청석판을 밟을 때, 처마 아래 매달린 등불의 부드러운 빛 속에서 극단 명부의 글씨와 대들보의 조각 무늬가 사건의 핵심을 조용히 이야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