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는 좋았지만, 다시 갈 것 같지는 않아요. 정말
너무 힘들었거든요😂 방금 돌아왔는데, 솔직히 말해서 풍경은 말할 것도 없이 좋았지만, 다녀오는 과정이 정말 고됐어요. 인터넷에서 본 사진들은 다들 편해 보였는데, 막상 직접 다녀보니 얼마나 사람을 지치게 하는지 알겠더라고요.
땅이 정말 너무 넓어서 도시와 도시 사이가 엄청나게 멀어요. 풍경 보는 시간은 한 시간인데, 운전은 서너 시간씩 하는 경우가 허다했죠. 길이 아주 어려운 건 아니지만, 끝도 없이 펼쳐진 황량한 도로가 많고 옆에는 상점 하나 없으며, 주유소도 한참을 가야 겨우 하나 나올 정도예요. 오래 운전하다 보면 멍해지니, 차멀미가 심한 분들은 꼭 미리 대비하세요.
마타누스카 빙하는 가볼 만해요. 멀리서 바라만 보는 게 아니라 직접 밟아볼 수 있거든요. 가이드를 따라 아이젠을 착용하고 걸으면 발밑의 얼음이 투명한 푸른빛을 띠고, 가끔 얼음이 갈라지는 소리도 들려요. 다만 빙하 위는 산 아래보다 훨씬 춥고 바람도 세니, 예쁜 얇은 겉옷만 입고 가지 마세요. 흐린 날에는 푸른 얼음 색이 옅어져서 좀 평범해 보일 수 있으니, 좋은 날씨를 만나는 건 순전히 운에 달렸어요.
수어드에서 탄 피오르드 유람선은 꽤 마음에 들었어요. 배를 타고 멀리 나가면 빙하가 무너져 내리는 모습도 볼 수 있고, 운이 좋으면 고래나 바다사자가 물 위로 고개를 내미는 것도 볼 수 있거든요. 배 위는 바람이 엄청나게 세서 오래 있으면 머리가 아프니 모자를 꼭 챙기세요. 유람선 탑승 시간이 꽤 길어서 최소 두세 시간은 잡아야 하니, 배멀미가 있다면 미리 멀미약을 꼭 드세요. 작은 마을이라 식당 선택지가 별로 없고 가격도 비싸니, 여건이 된다면 간식을 좀 챙겨 다니는 게 좋아요.
데날리 국립공원은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세요. 개인 차량은 들어갈 수 없고 공원 버스를 타고 한참을 들어가야 하는데, 편도 시간만 해도 꽤 길어요. 데날리 주봉을 보는 건 운에 맡겨야 해요. 구름에 가려져 안 보이는 경우가 많아서, 몇 시간씩 버스를 타고 들어갔다가 산은 구경도 못 하고 오는 사람들도 정말 많거든요. 야생동물을 찾는 것도 운이라 대부분은 나무와 풀밭만 보게 되지만, 가끔 멀리서 무스를 마주치는 순간은 꽤 놀랍고 반가워요.
페어뱅크스에서 오로라를 쫓는 것도, 정말 나가자마자 볼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쉽게 찍을 수 있다는 말들은 믿지 마세요. 밤에 투어를 따라 교외로 나가 칠흑 같은 길가에서 몇 시간씩 기다리다 보면 손발이 꽁꽁 얼어버리죠. 어떤 날은 밤새 기다려도 하늘이 깨끗해서 아무것도 못 볼 때도 있어요. 하지만 오로라가 정말 나타나서 연두색 빛이 하늘에서 천천히 움직이는 걸 보면, 방금까지 고생했던 게 다 보상받는 기분이 들어요.
물가는 정말 비싸요. 간단한 식사도 꽤 비싸고, 성수기 숙박비는 터무니없이 오르며, 조금 괜찮다 싶은 방은 가격이 만만치 않아요. 빙하 트레킹, 경비행기, 개썰매 같은 각종 체험 프로그램도 하나하나 다 비싸서, 두어 개만 신청해도 예산이 훌쩍 뛰어버려요.
신호가 안 터지는 곳도 많아서 운전하다 보면 자주 연락이 끊기고 내비게이션이 멈추기도 해요. 출발 전에 오프라인 지도를 다운로드하고 호텔, 주유소 위치를 미리 저장해 두세요.
이렇게 불평을 늘어놓았지만, 그렇다고 여기가 별로라는 건 아니에요. 직접 가봤기에 그만큼 감동적이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황야, 설산, 빙하, 바다, 그리고 밤하늘에 흐르는 오로라까지, 이 풍경들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거예요.
다만 체력적으로, 시간적으로, 그리고 비용적으로 너무 소모가 커요. 정말 아름답지만, 다시 오고 싶지는 않네요. 체력이 좋고 예산이 넉넉하며 긴 이동 시간을 견딜 수 있는 분들에게는 한 번쯤 가볼 만한 곳이에요. 하지만 피곤한 게 싫고, 비싼 건 부담스럽고, 차멀미가 심한 분들은 신중하게 고려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