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아름다운 벚꽃은 여기에서만 볼 수 있어요
2025년 2월 24일 월요일 약한 비 후 맑음
이른 아침 창문을 열었을 때 아래층 우편함에는 벚꽃 이슬이 맺혀 있었다. 휴대폰 날씨 예보에서 오늘 잠깐 봄비가 내린다고 해서 일부러 밝은 회색 니트 가디건을 입고 나왔다. 쿤밍의 초봄 벚꽃은 항상 얇은 안개처럼 맑고 투명하다고 들었다.
원린 거리의 자카란다는 아직 옅어지지 않은 보랏빛을 띠고 있었고, 취호 동문으로 들어서자 촉촉하고 달콤한 향기가 갑자기 밀려왔다. 멀리서 바라보니 수양버들이 드리워진 북쪽 호숫가는 마치 신이 분홍색과 흰색 물감통을 엎지른 듯했고, 나뭇가지 사이에는 빽빽한 꽃봉오리가 가득했다. 바람이 불자 꽃잎 몇 개가 떨어져 투명 우산을 쓴 소녀의 머리카락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두 사람이 탈 수 있는 자전거를 빌려 호수 주변 도로를 따라 달렸고, 타이어는 새로 깔린 조약돌 길 위를 지나며 잘게 부서지는 소리를 냈다. 갈매기 섬의 벚꽃은 가장 아름다웠고, 분홍색과 흰색 꽃잎이 겹겹이 쌓여 나뭇가지에 달려 있었다. 나무 아래에는 그림을 그리는 학생들과 크고 작은 카메라를 든 사진 애호가들이 흩어져 있었다. 한복을 입은 소녀는 나무뿌리 옆에 쪼그리고 앉아 스케치를 하고 있었고, 붉은 치마는 펼쳐져 땅에 떨어진 꽃들과 어우러져 흐르는 구름과 노을처럼 보였다.
서쪽 제방으로 돌아서자 빗줄기가 점점 굵어졌고, 길가의 오래된 찻집으로 피신했다. 나무 테이블 위에는 청자 찻잔이 놓여 있었고, 보이차에는 온전한 벚꽃 두 송이가 떠 있었다. 주인은 오늘 아침에 갓 딴 것이라며, 차를 우려내면 꽃잎이 천천히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각된 나무 창문을 통해 호수를 바라보니, 몽롱한 안개비 속에서 몇 마리의 백로가 수면 위를 스쳐 지나갔고, 날갯짓 소리에 잠자던 잔물결이 깨어나 소용돌이치며 벚꽃의 그림자를 작은 별처럼 부서뜨렸다.
비가 그치자 갑자기 구름 사이로 해가 나왔고, 호숫가 전체가 마치 불을 밝힌 등불처럼 밝아졌다. 벚꽃나무 아래에는 피크닉을 위한 색색의 담요가 깔려 있었고, 은발의 노인은 손녀에게 벚꽃 화관을 만들어 주고 있었으며, 향운사를 입은 할머니는 긴 의자에 앉아 완두콩을 까고 있었다. 등나무 아래에서는 누군가 삼현금을 연주하고 있었고, 음표는 바람에 날리는 꽃잎의 속삭임과 어우러졌다. 관어루 옛터에 다다르자 처마 끝의 풍경이 바람 없이도 스스로 울렸고, 먹이를 쪼아 먹던 어치 두 마리가 놀라 날아올랐다. 어치들은 날갯짓하며 금빛 은행잎을 스쳐 지나가며 갓 내린 눈 같은 꽃잎을 하늘로 흩뿌렸다.
해 질 무렵에는 일부러 남문으로 돌아갔고, 저녁 노을은 벚꽃을 호박색으로 물들였다. 설탕 그림을 파는 노인은 가게를 정리하고 있었고, 녹은 설탕 시럽은 철판 위에서 봉황 모양으로 흘러내렸다. 옆집 포장마차에서는 감자튀김 냄새가 풍겨왔다. 장미 소금 레몬수 한 잔을 들고 긴 의자에 앉아 마지막 남은 몇 개의 꽃잎이 수양버들 가지에 달라붙어 있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멀리서 조깅하는 사람들의 발소리와 아이들이 쫓고 쫓기는 웃음소리가 들려왔고, 문득 이 도시의 심장 박동이 이런 봄날의 주름 속에 숨겨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꽃시장을 지나다 벚꽃 가지를 파는 할머니가 가지를 다듬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대나무 바구니에 비스듬히 꽂힌 가지에는 아직 마르지 않은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벚꽃 가지 하나를 꺾어 집으로 가져가 백자병에 꽂아 놓으면 오늘의 봄 풍경을 황혼의 희미한 빛 속에 가둘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