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유일하게 저평가된 보석 같은 소도시
가기 전에는 이탈리아의 보물 같은 곳들은 이미 다 발굴된 줄 알았다.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 어디를 가나 사람들로 북적이지 않던가?
결과적으로 친구가 던져준 지명 하나: 트리에스테(Trieste). 이탈리아 북동쪽 끝 국경 항구 도시로, 슬로베니아와 맞닿아 있으며 역사적으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통치를 100년 넘게 받았다. 그래서 이 도시의 분위기는 매우 독특하다. 이탈리아의 낭만, 빈의 우아함, 발칸반도의 야성미가 한데 뒤섞여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이곳이 이탈리아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관광객이 적다는 점이다. 게다가 물가도 저렴해서 커피 한 잔을 바에서 서서 마시면 1~2유로면 충분하고, 해산물도 신선하고 저렴하다. 베네치아에서 하루 종일 인파에 시달리다 이곳에 오면 마치 음소거 버튼을 누른 것 같다.
🚄 교통
베네치아에서 기차를 타면 약 2시간이 걸리며, 완행열차는 15~20유로 정도다. 슬로베니아 류블랴나에서 FlixBus를 타면 1시간 남짓 걸리는데, 국경을 넘는 게 마치 옆 동네 가는 것처럼 편리하다. 시내버스 표는 담배 가게에서 살 수 있고, 편도 1~2유로이며, 탑승 후 펀칭하면 1시간 이내에 환승이 가능하다. 구시가지 핵심 구역은 모두 도보로 이동 가능하니 편한 신발만 신으면 된다.
🏠 숙소
가장 추천하는 곳은 기차역과 통일 광장 사이에 위치한 보르고 테레시아노(Borgo Teresiano) 구시가지다. 어디든 걸어서 갈 수 있는 시내에서 가장 편리한 위치다. 가성비 호텔은 1박에 60유로 정도, 구시가지 내 민박이나 아파트는 80유로 정도부터 시작하며 창문을 열면 바로 옛 거리가 보인다. 바다 전망을 원한다면 바르콜라(Barcola) 해변 구역을 선택하자. 1박에 80유로 정도면 파도 소리를 들을 수 있다.
🏞️ 필수 코스
이탈리아 통일 광장은 유럽에서 가장 큰 해변 광장 중 하나로, 삼면이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시대의 건축물로 둘러싸여 있고 한 면은 아드리아해를 향해 탁 트여 있다. 저녁 무렵 광장 전체가 노을에 물들어 호박색으로 변하면, 현지인들이 커피를 들고 계단에 앉아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데, 당신도 모르게 그 옆에 앉게 될 것이다.
미라마레 성은 합스부르크 왕가의 막시밀리안 대공이 머물던 해변 궁전으로, 하얀 성과 절벽 정원이 어우러져 동화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입장료는 성인 12~15유로이며, 매월 첫째 주 일요일은 무료다. 시내에서 버스로 약 30분 정도 걸리며, 페리를 타고 가면 바다 위에서 성을 바라보는 뷰가 훨씬 더 환상적이다.
산 주스토 성은 산 정상에 위치해 있으며, 입장료는 몇 유로 정도다. 정상에 오르면 도시 전경과 만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다. 옆에는 로마 시대 유적지도 있어 구경을 마치고 내려오면 딱 일몰 시간에 맞출 수 있다.
카페 산 마르코(Caffè San Marco)는 꼭 따로 언급해야 한다. 1914년에 문을 열어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제국의 교체를 겪고도 100년 넘게 영업 중이다. 안에는 작은 도서관이 숨겨져 있고, 테이블 아래에는 손님들이 발을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발판이 마련되어 있어 옛 시절의 지적인 매력이 물씬 풍긴다. 커피 한 잔과 티라미수를 시켜놓고 오후 내내 앉아 있어도 지루하지 않다.
트리에스테 대운하는 일몰을 감상하기 가장 좋은 명당이다. 운하 양옆으로 식당과 카페가 즐비한데, 저녁에 조명이 켜지면 물에 비친 풍경이 마치 유화 같다.
추천 코스: 1일 차 통일 광장+대운하+구시가지 산책, 2일 차 미라마레 성+산 주스토 성, 3일 차 운하 구역 카페에서 여유로운 마무리.
🍜 미식
트리에스테는 항구 도시라 해산물이 단연 주인공이다. 메나로스티(Menarosti)는 1903년에 문을 연 유서 깊은 해산물 식당으로, 재료가 워낙 신선해 복잡한 양념 없이 간단한 조리만으로도 바다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알 페테스(Al Petes)는 아드리아해 해산물을 주력으로 하며 가끔 아시아 요소를 가미하기도 하는 젊은 사장님이 운영하는 식당으로 분위기가 편안하다. 클래식한 메뉴를 원한다면 스캄피 리조또(scampi risotto)를 주문하자. 약 28유로 정도이며, 현지 화이트 와인 한 병(16유로)을 곁들이면 1인당 40~50유로로 아주 훌륭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길거리 커피 문화는 이 도시의 영혼이다. 바에서 서서 마시는 에스프레소는 1유로 남짓이지만, 자리에 앉으면 가격은 두 배가 된다. 그래도 그 풍경이 값을 한다. 카페 토마세오(Caffè Tommaseo)는 1825년에 문을 연 시내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시대의 빈 건축 양식을 띠고 있으며 벽에는 벨기에산 대형 거울이 걸려 있다. 제임스 조이스도 이곳의 단골이었다.
💰 예산
1인당 하루 약 100~123유로(숙박, 식사, 입장료 포함). 알뜰 여행 시: 구시가지 민박 60~80유로, 길거리 피자와 파스타 15~20유로, 주요 관광지 입장료 합계 30유로 미만. 2박 3일 기준 1인당 300~450유로면 충분하며, 베네치아에서 하루 머무는 것보다 저렴하다.
📌 꿀팁
트리에스테는 가을에 바람이 많이 부는데, 현지인들은 이를 '보라(Bora)'라고 부른다. 정신이 아찔할 정도로 세게 부니 10월에 간다면 반드시 방풍 재킷을 챙기자. 커피는 바에서 서서 마시면 절반 가격이고, 야외 좌석은 자릿세가 있다. 미라마레 성은 매월 첫째 주 일요일에 무료이니 시간을 잘 맞춰 가면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슬로베니아의 피란과 코페르도 차로 1시간 거리라 함께 묶어서 여행하기 좋다.
예전에는 이탈리아의 보물 같은 곳들은 모두 인기 노선에만 몰려 있다고 생각했는데, 트리에스테에 가보고 나서야 비인기 여행지가 곧 지루한 곳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이 도시의 매력은 가이드북에 있는 게 아니라, 통일 광장에서 해풍이 불어오는 오후, 카페 산 마르코에서 100년 동안 변치 않은 커피 향기, 그리고 미라마레 성 절벽 위에서 바라본 아드리아해의 푸른 빛 속에 있다. 더 이상 베네치아에서만 북적이지 말고, 기차표를 끊어보자. 2시간이면 도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