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 절에서 3번 절까지: 나의 첫 시코쿠 순례길 체험 。
오늘은 일본에서의 평소와는 다른 느낌의 하루였습니다.
만원 전철, 편의점, 다음 목적지를 향해 바쁘게 서두르는 그런 날이 아니었습니다. 조금 더 여유롭고 의미가 담긴 날이었죠. 내면의 생각에 귀 기울이게 만드는 차분함이 있었습니다.
유명한 시코쿠 88개 사찰 순례길 중 두 곳을 방문했습니다. 순례길의 첫 번째 사찰인 료젠지와 3번 사찰인 콘센지입니다.
료젠지에 도착하기 전부터 흰 옷을 입고 나무 지팡이와 배낭을 메고 걷는 순례자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젊은 사람도 있었고, 나이 든 사람도 있었으며, 몇 주 동안 걸은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모두들 차분한 에너지를 내뿜고 있었습니다.
사찰 경내에 발을 들이는 순간, 사람들이 왜 이 순례길을 인생을 바꿀 만한 경험이라고 말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공기 중에는 향냄새가 났고, 배경에는 부드러운 불경 소리가 들렸으며, 돌길 위로 발자국 소리가 났습니다. 관광지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신성하게 느껴졌습니다. 평화롭고요. 사람들이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의 짐을 안고 찾아오는 곳 같았습니다.
몇 가지 순례용품을 사고, 다른 방문객들이 정성스럽게 소원을 적고 사찰의 도장(고슈인)을 모으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신앙심이 깊지 않더라도 그곳에서 무언가를 느끼지 않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이 경험이 얼마나 마음을 다잡게 해주는지였습니다. 최근에는 일, 소셜 미디어, 책임감, 미래 계획 등 삶이 너무 빠르게 흘러갔습니다. 하지만 그곳에 서 있으니 머릿속의 모든 소음이 잠시나마 잦아드는 것 같았습니다.
그 후, 콘센지로 향했습니다.
료젠지에 비해 콘센지는 더 숨겨져 있고 아늑한 느낌이었습니다. 사람도 덜 붐비고, 더 고요했습니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목소리를 낮추게 되는 그런 곳이었죠.
예상보다 그곳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몇 분마다 스마트폰을 확인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앉아서, 바라보고, 숨을 쉬며, 오롯이 그 순간에 집중했습니다.
오늘 여행에서 깨달은 한 가지는, 순례길이 단순히 88개 사찰을 모두 완주하는 것만이 목적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자신과 다시 마주할 수 있을 만큼 마음의 여유를 갖는 과정이기도 하다는 걸요.
솔직히, 요즘 우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이런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일본은 늘 저를 놀라게 합니다. 화려한 현대 도시와 붐비는 전철, 네온사인 너머에 이렇게 잠시 멈춰가라고 조용히 일깨워주는 장소들이 있기 때문이죠.
오늘은 드라마틱한 하루는 아니었습니다. 무언가 "엄청난" 일이 일어난 것도 아니었고요.
하지만 왠지 모르게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