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로 누빈 네덜란드·벨기에·프랑스, 꿈에 그리던 풍경을 마음에 담다.
네덜란드·벨기에·프랑스 9일 여행기|두 발로 모든 도시를 정복하다
이번 네베프(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여행은 매일이 그야말로 극기 훈련급 강행군이었지만, 그 덕분에 짧은 기간 안에 세 나라의 가장 상징적인 명소들을 한 번에 추억 속에 담아올 수 있었어요.
여행의 첫 시작은 네덜란드였어요. 암스테르담 운하를 따라 거닐며 기울어졌지만 묘한 매력을 풍기는 건물들을 구경하고, 운하 크루즈를 타며 도시의 풍경을 감상하니 정말 엽서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죠. 잔담에 도착하자 알록달록한 목조 주택과 풍차들이 짙은 동화 속 분위기를 자아냈고, 히트호른의 고즈넉한 수로와 작은 다리, 초가집들은 여행의 피로를 잠시나마 잊게 해 주었어요. 네덜란드의 감자튀김, 와플, 치즈 등 찐 로컬 맛집도 당연히 놓칠 수 없었고, 홍등가와 왕궁 등 다양한 얼굴을 가진 문화 역시 이 자유롭고 매력 넘치는 나라를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들어 주었답니다.
벨기에로 넘어오니 또 완전히 다른 분위기가 펼쳐졌어요. 브뤼셀의 그랑플라스는 언제 봐도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건물 하나하나가 예술 작품처럼 정교하더라고요. 오줌싸개 소년·소녀 동상은 생각했던 것만큼 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곳에 왔다면 꼭 들러야 할 필수 코스니까요. 겐트와 브뤼헤는 마치 중세 시대로 타임슬립을 한 듯했어요. 오래된 성당과 돌다듬 길, 운하에 비친 그림자까지, 걷는 내내 영화 세트장에 있는 것 같았죠. 물론 벨기에 맥주와 홍합 요리, 와플, 초콜릿은 매일매일 꼭 먹어줘야 하는 필수템이었고, 심지어 맥도날드조차 대만과는 어떤 점이 다른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어요.
여행 중에는 자잘한 에피소드도 참 많았어요. 남의 집 문을 열 뻔하거나, 쓸 수도 없는 할인 기차표를 사버리거나, 심지어 길바닥에 나앉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던 적도 있었죠. 그 당시엔 정말 등골이 오싹했지만, 돌이켜보면 이런 돌발 상황들이 오히려 여행 중에 가장 재미있고 곱씹을 만한 추억이 되었고, 이번 자유여행을 더욱 리얼하고 잊지 못하게 만들어 주었답니다.
파리에 도착하고 나서는 진짜 체력전이 시작되었어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폭주 모드로 돌입해서 원래라면 2~3일은 걸릴 시내 일정을 하루 만에 다 끝내버렸죠. 매일 3만 보는 거뜬히 걸었고, 해가 뜨기도 전에 숙소를 나서서 밤이 캄캄해져서야 돌아왔어요. 다리가 거의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녹초가 되었지만, 꿈에 그리던 명소들이 하나둘씩 눈앞에 나타날 때면 아무리 힘들어도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꼈어요.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 오르세 미술관, 노트르담 대성당, 샹젤리제 거리, 개선문, 콩코르드 광장의 오벨리스크, 사랑해 벽, 사크레쾨르 대성당까지. 명소마다 각기 다른 스토리가 담겨 있어서 파리를 단순한 낭만의 도시를 넘어 역사와 예술적 향기가 물씬 풍기는 곳으로 만들어 주었죠. 센강 변에 앉아 우뚝 솟은 에펠탑을 바라보며 프랑스식 크레페를 한 입 베어 물고 잠깐의 여유를 만끽하던 그 순간, 비로소 파리 특유의 매력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어요.
가장 뭉클했던 순간은 마침내 제 눈으로 에펠탑과 몽생미셸을 직접 마주했을 때였어요. 특히 몽생미셸은 줄곧 제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는데, 실제로 눈앞에 나타나니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훨씬 더 웅장하고 압도적이었어요. 당일치기라 산성 구석구석을 둘러보기엔 시간이 좀 촉박했지만, 그 땅을 직접 밟아봤다는 것만으로도 올해의 가장 큰 소원을 이룬 셈이에요. 훗날 다시 돌아와서 다른 시간대에 뿜어내는 색다른 아름다움도 천천히 느껴보고 싶네요.
루아르 계곡의 고성 투어 역시 깊은 여운을 남겼어요. 샹보르 성의 웅장한 프랑스 르네상스 건축 양식, 슈베르니 성의 우아하고 섬세한 정원, 쉬농소 성이 강을 가로지르며 뽐내는 로맨틱한 자태까지. 성마다 고유의 역사적 이야기가 깃들어 있어서 마치 유럽 귀족의 삶 속으로 걸어 들어간 것 같았고, 프랑스 왕실 문화의 찬란함을 깊이 체감할 수 있었어요.
이번 여행에서는 운 좋게도 파리에서 찰리와 다시 재회하게 되었어요. 우리를 이끌고 패스트트랙으로 에펠탑에 올라가게 해 준 찰리에게 너무 고맙고, 덕분에 여행이 한층 더 훈훈해졌어요. 여행에서 가장 소중한 건 단지 풍경만이 아니라 길 위에서 만난 인연들, 그리고 버킷 리스트를 함께 채워나간 동행자들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죠.
네덜란드부터 벨기에, 프랑스까지 9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하루하루가 꽉 찬 일정이라 매일매일 체력이 바닥날 때까지 걸었지만, 그만큼 가장 풍성한 추억을 남겼어요. 이번 네베프 극기 훈련 여행은 단순히 랜드마크 도장 깨기에 그친 것이 아니라 엄청난 웃음과 놀라움, 잊지 못할 스토리들까지 한가득 수확하게 해주었죠. 파리의 지하철이 생각보다 불편했고 여행 내내 자잘한 사건 사고들도 있었지만, 그 모든 것들이 여행의 가장 찐매력이 되어 주었어요.
여행이란 결코 명소 도장 찍기에 급급한 것이 아니라, 출발할 때마다, 길을 잃을 때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서프라이즈를 마주할 때마다 나만의 스토리를 남기는 것이니까요. 이렇게 또 한 번의 멋진 유럽 여행을 무사히 마치게 되어 정말 행복하고, 다음엔 또 어느 도시에서 어떤 새로운 추억들을 해제하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