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의 꽉 찬 5일, 센트럴 파크의 단풍, 거리의 건축물, 그리고 스테이크 한 끼
뉴욕에 도착한 둘째 날 아침, 길모퉁이 작은 가게에 들러 베이글을 하나 샀다. 종이봉투에 담긴 베이글은 아직 따뜻했고, 걸으면서 베어 물며 센트럴 파크로 향했다. 꽉 찬 5일을 걷고 나니 발은 아팠지만, 가는 길마다 눈에 담은 풍경들이 끊이지 않아 전혀 아깝지 않았다.
센트럴 파크가 첫 번째 목적지였다. 10월의 낙엽이 잔디밭에 깔려 있고, 호숫가 벤치에는 사람들이 앉아 있었으며, 호수면은 맞은편의 작은 건물들과 나무 그림자를 담아내고 있었다. 공원은 무료입장이고 아침에는 사람이 적어 반나절을 걸어도 지루하지 않다. 공원 안의 오솔길, 돌다리, 잔디밭이 이어지고, 호수를 한 바퀴 돌면 가을 풍경은 거의 다 본 셈이다. 공원 안의 곧게 뻗은 가로수길 양옆으로는 키 큰 나무들이 서 있고 낙엽이 가득 깔려 있다. 끝까지 걸어가면 전망대가 나오는데, 멀리 바라보면 양옆의 건물들이 하늘을 좁은 틈처럼 가두고 있다. 오솔길 위에는 낮은 돌다리들이 놓여 있어, 다리 위를 걸으면 아래쪽 길과 오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밖으로 나가면 거리들이 펼쳐진다. 미드타운의 고층 빌딩들은 유리 외벽이 줄지어 서 있고, 오래된 아파트 건물 외벽에는 조각 장식이 있으며, 길모퉁이에는 비상계단이 걸려 있다. 고개를 들어 건축물을 구경하는 것이 쇼윈도를 보는 것보다 더 재미있다.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소호와 그리니치 빌리지 일대는 벽돌 건물이 많고, 철제 발코니가 달려 있으며, 창문들이 줄지어 정렬되어 있다. 골목길을 걷다 멈추기를 반복하다 보면 이 몇몇 거리만으로도 오전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더 서쪽의 몇몇 대로에는 오래된 고층 빌딩들이 서 있는데, 꼭대기의 첨탑과 장식이 그대로 남아 있어 신구의 조화가 한 거리 풍경 속에 섞여 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하루를 할애해야 한다. 🎨전시관들이 층층이 펼쳐져 있는데, 이집트관의 그 목선과 석상은 별도의 공간에 전시되어 있고, 유럽 회화관은 전시실 전체가 그림으로 가득하며, 갑옷관에는 수백 년 전의 갑옷과 무기들이 진열되어 있다. 조명은 어둡게 조절되어 있어, 앞에 서서 문양과 철판의 이음새를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 아시아관에는 대형 불상과 도자기가 있고, 미국관에는 오래된 가구와 그림들이 놓여 있어, 관람하는 내내 두꺼운 책 한 권을 넘기는 기분이다. 미술관이 커서 하루 만에 다 볼 수는 없으니, 두세 곳의 전시관을 제대로 보는 것이 모든 전시관을 훑어보는 것보다 낫다. 입장료와 개관 시간은 수시로 바뀌니 당일에 도착해서 확인해도 늦지 않다.
서쪽으로 가면 하이라인 파크가 있다. 🛤오래된 고가 철도를 산책로로 바꾼 곳으로, 콘크리트 판 틈새로 풀이 자라나 있고, 길을 따라가며 거리와 오래된 공장 건물, 그리고 멀리 강을 내려다볼 수 있다. 산책로는 넓지 않고 양옆에는 난간이 있으며, 옛 철길이 바닥에 박혀 있다. 곳곳에 잔디밭과 벤치가 있어 앉아서 사람들이 조깅하거나 개를 산책시키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도 꽤 좋다. 끝까지 걸어가 강가로 내려와 해안 산책로를 따라 조금 더 걸으면 맞은편 풍경과 정박해 있는 배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두 곳 모두 무료이며, 저녁 무렵에 가도 사람이 붐비지 않는다.
저녁 공연은 하나쯤 골라보는 것이 좋다. 극장가 거리는 극장들이 줄지어 있고, 네온사인 간판들이 이어지며, 뮤지컬과 연극이 각자 공연되고 있다. 규모가 조금 작은 오프 브로드웨이 극장들도 있는데, 공연장이 크지 않아 무대와 가깝다. 공연 시간과 좌석은 여러 등급으로 나뉘어 있고 티켓 가격 차이도 크니, 비용을 아끼려면 평일 공연을 선택하거나 소극장을 고르면 된다. 현장에 가서 당일 잔여 티켓을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공연 시작 전에는 입구의 가판대와 작은 바들이 문을 열고, 공연이 끝난 후 사람들이 거리를 따라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밤의 거리는 여전히 활기차다.
이 세 가지는 꼭 먹어봐야 한다. 🥯베이글은 겉은 쫄깃하고 속은 부드러우며, 크림치즈를 한 겹 바르면 아침 식사로 반나절은 든든하다. 피자는 조각으로 판매하는데, 얇은 도우를 접어서 베어 물면 소스와 치즈가 길게 늘어난다. 가게에 서서 두 조각을 먹어치우면 그만이다. 스테이크는 두툼하게 썰어 나오는 경우가 많고, 으깬 감자와 크림 시금치 한 접시가 곁들여져 양이 푸짐하다. 두 명이서 하나를 시키고 샐러드를 추가하면 충분하니, 무리해서 혼자 다 먹으려 하지 말자. 다른 음식을 먹고 싶다면 리틀 이탈리아 일대의 식당들이나 차이나타운의 딤섬도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숙소는 미드타운 쪽이 외출하기 편하고 관광지와 가까워 가격이 다소 높다. 퀸즈나 브루클린 쪽으로 옮기면 지하철로 몇 정거장이면 시내에 들어올 수 있고, 같은 숙박비로 하룻밤 비용을 꽤 아낄 수 있다. 숙소를 정할 때는 지하철 노선을 확인하고, 역 입구에서 2~3분 거리에 있는 곳이 더 편리하며 밤에 돌아올 때 오래 걷지 않아도 된다. 지하철 카드는 횟수별로 구매하고, 승하차 시 잊지 말고 태그하자.
여행 시 몇 가지 기억해둘 점이 있다. 극장가 메인 거리의 식당들은 관광객 대상 가격인 경우가 많으니, 양옆 거리로 몇 걸음만 걸어가면 가격도 합리적이고 맛도 뒤지지 않는 곳이 많다. 미술관은 규모가 크니 아침 개관 시간에 맞춰 들어가야 하며, 점심시간대에는 사람이 붐빈다. 인기 공연은 주말이 비싸니 평일 저녁을 선택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다.
5일 동안 신발 밑창은 조금 닳았고, 짐 속에는 티켓 뭉치 몇 장이 늘었다. 다음에 다시 가게 된다면, 다 둘러보지 못한 공원을 먼저 마저 볼까, 아니면 다른 동네를 골라 다시 한번 구경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