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 벨고로드 도심 산책
저는 벨고로드에서 태어났습니다. 흔히 그렇듯, 관광객들이 감탄하는 많은 명소들을 저 역시 꽤 오랫동안 무심코 지나치곤 했죠😅
광장, 극장, 공원... 이 모든 게 너무나 익숙하고 친숙해서 그저 평범하게만 느껴졌거든요😒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 동네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스쳐 지나갔던 디테일들이 눈에 들어오고, 전에는 귀 기울이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들리면서, 벨고로드가 단순한 국경 도시가 아니라 고유한 개성과 기억, 그리고 영혼을 품은 곳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예전에도 수없이 그랬던 것처럼 소보르나야 광장(대성당 광장)에서 산책을 시작했지만, 오늘따라 광장이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광장은 예전에 '볼샤야(큰) 광장'으로 불렸다가 '혁명 광장'을 거쳐, 2004년부터 다시 '소보르나야(대성당) 광장'이라는 이름을 되찾았습니다. 24개의 기둥이 있는 정부 청사, '군사 영광의 도시' 기념비, 백색 대리석으로 지어진 성 블라디미르 대공 기념 예배당까지, 이곳의 모든 것이 제게는 눈물겹도록 익숙합니다😊
광장 중앙의 포장도로 위에는 벨고로드주의 지도가 새겨진 거대한 구리 원판이 놓여 있고, 그 둘레에는 각 구역의 문장이 담긴 21개의 직사각형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소보르나야 광장 바로 옆에는 테아트랄나야(극장) 광장이 있습니다. 8개의 기둥이 세워진 주랑 현관과 꼭대기에 멜포메네 조각상이 있는 이 셰프킨 벨고로드 드라마 극장은 1962년 성모 탄생 수녀원 터에 세워졌습니다☺️
극장 앞에는 미하일 셰프킨의 동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농노 출신으로 러시아 연극계의 자랑이 된 위대한 배우인 그는, 1998년에 그라즈단스키(시민) 대로에서 이곳으로 이전해왔습니다🤩
조금 더 가면 '영원한 불꽃'이 있는 기념 단지가 나옵니다. 이 불꽃은 내전과 제2차 세계대전 영웅들의 집단 무덤 위에서 타오르고 있으며, 그 곁에는 슬퍼하는 어머니와 '영웅들에게 영광을!'이라는 글귀가 적힌 화환을 든 소년의 조각상이 있습니다😇
그다음 저는 도시의 주요 거리 중 하나인 그라즈단스키 대로로 접어들었습니다. 소보르나야 광장에서 시작해 벨고로드의 구시가지로 이어지는 길이죠😻
이곳에는 전쟁 전후의 건물들이 보존되어 있습니다. 예전에는 상가들이 늘어서 있고 철도가 지나갔지만, 전쟁 중 살아남은 옛 건물들은 아주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발길을 옮기면 친구들과 수없이 거닐었던 보행자 전용 도로인 스비야토-트로이츠키(성 삼위일체) 가로수길이 나옵니다. 이곳에는 오래된 '거위와 소년' 분수가 있는데, 과거 벨고로드의 세 번째 요새가 있던 자리이기도 합니다. 총 3개의 요새가 있었던 우리 도시는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한 방어선인 '벨고로드 방어선'의 일부였습니다🙀
이어서 저는 '로디나' 정류장에서 소보르나야 광장까지 이어지는 가로수길인 이른바 '스토메트로프카(100미터 거리)'를 걸었습니다. 이곳은 항상 사람들로 붐비고 카페도 많아 활기가 넘쳐흐릅니다🤭
분수대에서 왼쪽으로 꺾어 '벨고로드의 아르바트 거리'로 향했습니다. 레닌 공원까지 이어진 이 보행자 거리에는 해시계와 독특한 '동전 더미' 기념비가 있습니다😅
리모델링을 거친 레닌 공원은 유리 다리와 분수대, 각종 즐길 거리 덕분에 진정한 핫플레이스로 거듭났지만, 저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갔습니다💜
테아트랄니 차도를 지나 어릴 적 자주 뛰어놀던 승리 공원에 도착했습니다🥰
메인 기념비는 조국의 수호자들을 기리기 위한 것으로, 두 남성과 한 여성의 조각상이 전쟁 당시 국민들의 굳건한 결속력을 보여줍니다❤️🩹 이곳에는 '영웅의 길'도 있는데, 소비에트 연방 영웅과 러시아 영웅 24인의 흉상이 늘어서 있고, 그 중심에는 주코프 원수의 흉상이 늠름하게 서 있습니다😇
승리 공원 뒤편으로 베졸카 강둑을 따라 내려갔습니다. 이곳에서는 디오라마 박물관과 현대식 휴식 공간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물가를 따라 강변을 걸어보며 벨고로드가 정말 푸른 도시라는 걸 다시금 느꼈습니다. 공원과 광장이 엄청난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는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오늘은 그저 살아가는 공간으로서가 아니라, 도시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마음으로 느끼고 싶은 사람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더군요❤️
벨고로드는 제 고향이지만, 오늘처럼 이 도시의 참모습을 마주한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발길 닿는 곳마다 깃든 역사, 지금은 사라졌지만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요새들, 수도원이 서 있었고 전쟁이 휩쓸고 간 자리들, 박수를 치면 구리 바닥에 부딪혀 울려 퍼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중앙 광장까지. 이 모든 것들이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이곳에 살고 있으면서도, 오늘에서야 비로소 벨고로드를 제대로 거닐며 우리 도시를 새롭게 재발견한 기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