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 호암미술관
전시
호암미술관은 스위스 작가 니콜라스 파티의 작품세계 전반을 아우르는 최대 규모의 서베이 전시 《더스트》를 개최합니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기존 회화 및 조각 48점, 신작 회화 20점,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파스텔 벽화 5점을 리움의 고미술 소장품과 함께 선보입니다. 파티는 유년 시절부터 그래피티를 체험하고, 대학에서는 영화, 그래픽디자인, 3D애니메이션을 전공하였으며, 아티스트 그룹을 결성하여 미술, 음악, 퍼포먼스가 융합된 전시와 공연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후 그의 작업은 회화를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지만, 이러한 다원적 경험은 벽화, 채색 조각, 총체적 설치와 전시기획을 포괄하는 작품 활동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니콜라스 파티에게 미술사는 영감을 위한 소중한 보고(寶庫)이자 아카이브입니다. 그는 고대부터 근·현대를 아우르는 미술사의 다양한 작가, 모티프, 양식, 재료 등을 자유롭게 참조하며 그만의 독자적 이미지를 만들어냅니다. 특히 18세기 유럽에서 유행한 이후 잊혀진 파스텔화를 소환하여 풍경, 정물, 초상 같은 회화의 전통 장르를 재해석합니다. 선명한 색, 단순한 형태, 생경한 이미지가 어우러진 그의 작품은 친숙한 듯하면서도 쉽게 파악되지 않으며, 가벼움과 심오함, 유머와 진지함 사이를 넘나듭니다.
전시 제목 ‘더스트’는 파스텔 고유의 특성을 회화적 재현의 주된 방식이자 주제로 받아들이는 파티의 작품세계와 연계됩니다. 마치 ‘나비 날개의 인분(鱗粉)처럼’ 쉽사리 공기 중으로 흩어지는 파스텔은 지극히 연약하고 일시적인 재료입니다. 파티에게 있어 파스텔화는 ‘먼지로 이루어진 가면(mask of dust)’이자, 화장과 같은 환영입니다. 또한 미술관 벽에 직접 그리는 거대한 파스텔 벽화는 전시 동안에만 존재하고 사라지는 운명을 지닙니다. 그는 이러한 파스텔의 존재론적 불안정성을 인간과 비인간 종(種), 문명과 자연의 지속과 소멸에 대한 사유로 확장합니다.